[여성질환 완전정복] ②불임 원인될 수 있는 ‘자궁내막증’
[여성질환 완전정복] ②불임 원인될 수 있는 ‘자궁내막증’
  • 승인 2013.02.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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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리통 심하고 아랫배 통증 있다면 ‘의심

# 직장인 박모(28) 씨는 매달 2~3째 주가 되면 걱정이 앞선다. 월경통(생리통)이 심하다보니 ‘이번 달은 어떻게 넘기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생리통에 좋다는 음식과 진통제를 먹어도 별반 소용이 없었고 더 이상 생리통으로 고생할 수 없다는 판단에 박 씨는 산부인과를 찾았고 ‘자궁내막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인간이 느끼는 고통순위 TOP10’이라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끈 적이 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몸이 불에 탈 때의 고통’이 꼽혔고 9위에 ‘여성의 생리통’이 올랐다.
 
그만큼 여성의 생리통은 고통이 심하지만 대다수 여성들은 생리통이 아무리 심해도 ‘그러려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증상을 쉽게 넘기는 것은 금물. 생리통이 아닌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몸에서 탈락한 자궁내막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난관과 난소 등으로 역류해 불임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자궁내막증’에 대해 알아봤다.
 
빠른 초경·늦은 결혼 등으로 환자 증가세
 
을지대학병원 산부인과 양윤석 교수는 “빨라지는 초경과 늦어지는 결혼 등으로 20·30대 여성에서 자궁내막증이 증가하고 있다”며 “가임여성 10명 중 1명이 자궁내막증환자로 알려져 있지만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데다 재발위험이 크고 심지어는 유산과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 때 김정록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궁관련 질환 진료현황’에 따르면 자궁내막증환자가 최근 5년(2007년~2011년)간 26% 정도 증가했다. 20대 초반~30대 후반까지 모든 연령에서 환자 수가 늘었지만 특히 30대 여성환자가 5년 전에 비해 33% 상승,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자궁내막이란 자궁 안에 있는 막을 말한다. 이 막은 난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따라 두꺼워지고 성숙해지면서 임신에 대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 자궁내막은 생리를 통해 체외로 배출되며 정상적인 여성의 경우 자궁내부에만 존재하게 된다.
 
자궁내막증이란 이런 자궁내막조직이 자궁 이외의 조직, 즉 난소와 나팔관, 복막, 복강 등에서 자라는 현상으로 가임연령의 여성 3∼10%, 불임여성의 25∼35%에서 나타난다. 비정상적인 자궁내막조직은 주로 자궁 근처에 발생하지만 멀리는 폐, 심지어는 배꼽 같은 복강 이외의 부분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자궁내막조직의 깊이나 정도에 따라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자궁내막증은 크기와 깊이의 정도에 따라 1기에서 4기까지 나뉜다. 초기엔 작고 납작한 점들이 복막의 표면 위로 점점이 존재하거나 뿌려진 것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다가 병기가 진행되면 난소에 초콜릿색 액체를 함유한 물혹으로 나타날 수 있다.
 
불임 초래···발생원인 아직 몰라
 
자궁내막증은 불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나팔관, 난소, 복막 등에 점처럼 자궁내막조직이 생겨 원활한 나팔관 운동을 방해하거나 난소에 유착이 생겨 난포가 터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궁내막증의 발생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생리할 때 생리혈의 일부가 나팔관을 통해 복강 내로 역류해 난소, 복강, 복막 등에 달라붙기 때문이라는 ‘이식설’부터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긴다는 ‘면역설’까지 다양한 가설이 있다.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생리통이나 성교통, 배변 시 통증, 부정기적인 질 출혈, 불임 등이 생기기도 한다.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생리통은 생리가 나오기 전에 시작된다. 통증은 생리기간 내내 지속되고 초경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생리통을 겪는 경우도 있다. 대개 아랫배 양쪽에 통증이 오는데 염증이 주위조직을 파괴해 통증이 발생한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여성전문센터 박성호 교수는 “몸에서 떨어진 내막은 질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정석이지만 몸 안으로 흘러들어가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자궁내막증”이라며 “하수도관을 타고 아래로 흘러야 할 구정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거꾸로 솟구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원리와 같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증은 생리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일정기간 적절한 치료를 했는데도 별다른 차도가 없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내진 때 눌러서 아픈 부위가 있거나 난소가 커져 있는 경우, 자궁이나 난소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위치에 있을 경우 의심해 볼 수 있으며 복강경을 통해 자궁내막증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초음파, CT, MRI 등을 이용하거나 피검사를 통해 진단하기도 한다.
 
자궁내막증은 수술적 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하지만 수술로도 자궁내막을 완벽히 제거하기 어려워 재발가능성이 높다. 확대경을 통해 작은 조직까지 찾아낸다 해도 미세한 자궁내막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향후 임신여부, 자각증상 정도, 환자연령, 골밀도, 이전 치료기록, 합병증, 질환을 앓은 기간 등을 고려해 치료방법을 결정한다.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복강경수술이다. 회복이 빠르며 고통도 덜하기 때문이다. 수술을 통해 난소에 발생한 종양이나 자궁내막이 터지면서 생긴 끈이나 막을 제거해 골반 안의 기관을 정상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자궁내막증 100% 완치 어려워
 
수술 후에는 재발을 줄이기 위해 프로게스테론이나 경구피임약, 여성호르몬분비 자극억제제와 같은 호르몬치료를 시행한다. 폐경을 맞은 중년여성에게 호르몬을 투여하거나 먹게 함으로써 갱년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과는 달리 자궁내막증은 일시적으로 호르몬 분비를 억제시켜 폐경을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치료시기가 길어지면 골다공증, 우울증 등 갱년기증상이 올 수 있어 호르몬치료는 6개월 이내로 시행한다.
 
수술과 함께 호르몬치료를 하기도 한다. 자궁내막증의 호르몬치료는 일시적으로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를 억제해 자궁 밖에 존재하는 자궁내막증 병변을 소멸시키거나 위축상태로 만든다. 대표적인 약물로 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작용제(GnRH agonist)가 사용되고 있으며 이 약제는 뇌하수체에 작용해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를 축으로 하는 여성생식 내분비체계를 억제함으로써 일시적인 폐경상태를 만든다.
 
제일병원 부인종양학과 임경택 교수는 “자궁내막증은 완전히 병변부위를 제거하지 않는 한 대개 1년에 5~20%의 재발률을 보이며 5년 후에는 약 40%에서 재발된다”며 “수술할 때 모든 병변을 제거하고 이후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자궁내막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리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하복부를 따뜻하게 해주고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노력하며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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