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청소년 에너지음료 ‘약이냐, 독이냐’
[긴급진단] 청소년 에너지음료 ‘약이냐, 독이냐’
  • 승인 2013.02.20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카페인 함유…각성·수면지연 효과에 남용

ㆍ과다 섭취땐 감정변화·척수자극 등 부작용 커
ㆍ전문가 “천연물질 등 표시기준 강화 발등의 불”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고(高)카페인음료 과다섭취로 인해 정신적·육체적으로 멍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큰 주범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에너지음료’.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엄애선 교수는 지난해 연말 개최된 ‘카페인 함유식품 안전관리 정책토론회’에서 “카페인은 동전의 양면성처럼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카페인을 100~200㎎ 섭취할 경우 각성효과, 빠른 두뇌회전, 피로감소, 수면지연 등의 효과가 있지만 이보다 농도를 높이면 감정변화, 위장장애, 척수자극 등 부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독이냐 약이냐는 단지 적은가 많은가 양적인 차이일 뿐”이라며 우리사회에 만연된 고카페인 과다섭취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본지가 입수한 식약청 자료를 살펴본 결과 청소년들이 에너지음료를 과다섭취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식약청이 지난해 10월 서울·경기지역 어린이(200명), 청소년(400명), 성인(400명) 등을 대상으로 ‘카페인 섭취실태 및 섭취량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자의 85.6%, 청소년의 89.5%가 에너지음료를 섭취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충격적인 것은 에너지음료 섭취자 중 96%가 에너지음료만을 마셨다는 것. 결국 청소년들이 에너지음료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에너지음료를 섭취한 이들 중 4%는 술이나 주스 등에 에너지음료를 섞어 마시고 있었다.

식약청이 지정한 1일 카페인 섭취권장량을 보면 성인은 하루 400㎎, 임산부 300㎎, 어린이·청소년은 1㎏당 2.5㎎이다. 몸무게 50㎏ 정도의 청소년은 카페인 함량이 가장 높은 몬스터자바코나(207.35)를 한 캔만 마셔도 하루 카페인 권장량인 125㎎를 초과한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에너지음료를 마구 마셔 카페인 과다섭취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지만 문제해결에 나서야 하는 보건당국의 대처는 미흡하다.

에너지음료 문제와 관련, 식약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동익 의원(민주통합당)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식약청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일 카페인 섭취량은 평균 99㎎으로 권장량 대비 25% 수준”이라며 “청소년(50㎏)의 카페인 섭취량은 40㎎으로 권장량 대비 3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식약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카페인은 커피, 녹차, 홍차 등에 식품원료로 들어가 있다”며 “외국에서도 식품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카페인 양은 규제하지 않고 있어 외국의 동태 등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식약청에서는 에너지음료와 관련한 모니터링과 함께 전국 중·고등학교에 고카페인 과다섭취 부작용 포스터 등을 배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계몽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이)에너지음료를 마시고 있지만 크게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에너지음료를 판매하지 못하게 할 경우 지나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측은 “우리나라의 경우 카페인에 대한 규제는 콜라형 음료에 0.015%의 카페인 첨가물 농도를 규정하고 있을 뿐 천연물질(커피, 녹차, 과라나 등)의 카페인에 대한 규제는 없는 실정”이라고 문제
점을 지적했다.

2011년 8월 의약외품으로 풀린 박카스의 경우 카페인무수물(KP)이 30㎎에 불과한데도 ‘15세 이상 성인은 1일 1회 1병을 복용토록 하고 15세 미만은 복용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표기돼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고카페인 함유 에너지드링크에는 ‘어린이, 임산부 및 카페인에 민감하신 분은 음용에 주의하여 주세요’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과 사회단체는 “청소년은 물론 학부모들이 에너지음료의 문제성을 보다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서라도 표시기준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명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가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해야 하는 청소년들은 잠을 쫓기 위해, 학업을 포기한 청소년들은 게임과 술을 즐기기 위해 에너지음료를 물처럼 마시고 있다. 과연 그들에게 있어 에너지음료는 독일까 약일까.

“카페인을 섭취한 후 피로가 풀리는 듯한 증상은 중추신경계와 가슴의 교감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피로가 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 뿐 실제로 피로가 풀리는 것이 아니며 피로를 푸는 데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 외에 특별한 방법은 없다”는 김성철 영남대임상약학대학원 겸임교수의 말에 공감한다면 자식에게 에너지음료를 건네줄 부모는 없을 것이다. “부모님, 이래도 자녀들이 에너지음료를 마시는 것을 방치하실 겁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