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의 복약지도, 이대로 좋은가
약국에서의 복약지도, 이대로 좋은가
  • 조창연 편집국장
  • 승인 2014.04.16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의 일이다. 감기 때문에 약국을 찾았다. 매대 뒤에 서 있는 약사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어떤 약을 먹어야 할지 물었다. 그는 종합감기약(일반의약품) 두 가지를 가져오더니 “식후 30분에 드세요”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처방 받는 약(전문의약품)의 경우 약간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크게 다를 바 없이 겪는 일이다. 그런데 두 가지 약은 효능효과가 똑같았다.

오는 6월부터 약사가 병원처방에 따라 조제한 후 환자에게 의약품을 건넬 때 말이나 서면을 통해 제대로 복약지도를 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약사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약사에게는 번거롭고 귀찮은 일일지 몰라도 환자 입장에서는 참 다행스럽고 긍정적인 일이다.
 

복약지도란 환자가 유효하고도 안전하게 약물치료를 받기 위해 약을 먹을 때 약에 관한 사항을 의사나 약사가 지도하는 일을 말한다. 의약품명칭, 사용목적과 기대하는 약효, 투여경로와 사용법, 약용량, 투여시간, 투여간격, 부작용 여부, 부작용이 있을 때 대처방법, 저장법, 피해야 할 약과 음식물 등에 관해 알려주는 것이다.

약사는 약의 전문가다. 자신의 분야를 제외하면 약에 대해서만큼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의사보다 오히려 약의 전반적인 기전에 대해서만큼은 정통한 사람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예는 보통사람이 일반적으로 약국에 갔을 때 흔히 겪는 일이다. 그런데 ‘식후 30분’이 다인가. 그 이상의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건 그저 견문이 짧기 때문일까.

아무리 봐도 약국에서 하는 복약지도가 ‘진짜 환자를 위한 복약지도일까’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우리가 정말 복약지도라는 것을 받고 있기는 할까. 사실 복약지도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하고 명쾌하게 말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약사들이 복약지도를 하기는 한다고 들었다. 문제는 정말 복약지도가 이뤄지느냐의 문제다. ‘식후 30분’.

감기약을 보자. 감기약과 함께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것이 항생제다. 항생제가 감기치료에 도움이 될까. 왜 의사들은 감기환자에게 항생제를 함께 처방하는 것일까. 도움이 된다면 어째서일까. 정작 이런 문제에 대해서 답을 해줘야 하는 사람들은 약의 전문가라고 하는 약사들일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들은 적이 있나. 이제 와서 비로소 약사에게 복약지도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복약지도를 안했을 때의 과태료다. 약사의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한 복약지도를 안했다고 과태료를 매기는 것도 문제지만 정작 진짜 문제는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해 최소한의 의문조차 갖지 않는 우리들과 스스로 해야 할 의무조차 소홀히 하는 약사들의 기본적인 윤리의식 문제는 아닐까.

감기약 하나를 먹어도 왜 먹는지, 그 약을 먹으면 어째서 좋아지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조창연 | 편집국장>
(ⓒ 경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