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시작은 감사, 마음의 짐부터 내려놓아야”
“건강의 시작은 감사, 마음의 짐부터 내려놓아야”
  •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이보람 기자
  • 승인 2013.01.18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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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홍신

이번 호부터 ‘명사의 건강관리’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분들이나 이름난 선비를 우리는 명사(名士)라 부릅니다. 명사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정성을 다할 때만 가능합니다. 이 코너 연재를 기획한 배경은 이미 세상에 알려진 분들을 더 자세히 알려드리고자함이 아니라 이 분들의 열정을 배우고 이를 뒷받침하는 그들만의 건강관리법을 소개하고자 함입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소설가이자 건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김홍신 작가입니다. 오래도록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도 활동했던 김 작가는 헬스경향 자문위원회의와 편집회의 결과 가장 적합한 분으로 꼽혔습니다. 앞으로는 이 코너를 릴레이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음 주인공은 김 작가가 추천해주신 배우 전무송 선생이십니다. <편집자 주>

‘김홍신’ 하면 그의 책 ‘인간시장’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8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이자 암울했던 시대상황을 기막힌 필체로 글에 녹여내면서 밀리언셀러로 기록된 책이다. 당시 주인공 장총찬은 시대의 영웅이었다. 김홍신 작가는 제대로 문학적 승부를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지만 불의와 권력에 꿋꿋이 맞서면서 고난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답답함에 잠 못 이루던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자 표상이었다.

김 작가를 만나기 위해 서초동 자택을 찾았다. 좀 일찍 도착했던 터라 잠시 바깥을 서성이고 있는데 화단에 쓰러진 소나무가지를 치우는 김 작가를 볼 수 있었다. 왠지 따뜻해지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소설가에서 시민활동가로, 시민활동가에서 국회의원으로, 국회의원에서 다시 작가로 돌아온 지금이 더할 수 없이 행복하다는 그는 3년간 원고지 1만2000매에 달하는 ‘대발해’를 탈고하면서 기쁜 마음에 혼자 방에서 펄쩍펄쩍 뛰었다고 했다. 비로소 작가로서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었다고 술회했다.


작가 김홍신


그에겐 애증이 교차하는 국회의원 시절에 대해 물었다. “최소한 의원직을 하면서도 그만 두면서도 후회는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보좌진들에게 정말 투명하고 깨끗하게 로비 받지 말고 일해보자고 말했고 확실히 다짐도 받았죠.”
사실 기자는 그가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할 때 출입기자였다. 당시에는 인연이 닿지 않아 직접 대면한 적은 없지만 항상 ‘가장 열심히 하는 의원’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국회의원 재직 시절 8년 연속 최우수 의정활동의원으로 선정될 만큼 밤낮없이 일했다. 당시 1년 내내 그가 쉬었던 날은 설날 하루였다. 좋아하던 골프도 의원 재직 시절에는 치지 않았다.

김 작가에게 평소 건강관리법에 대해 묻자 글을 쓸 때 항상 손으로 쓴다는, 좀 느닷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늘 손으로 글을 쓰다 보니 솔직히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 특별히 운동을 한다거나 저만의 건강비법 같은 것은 없어요.(웃음) 하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산에 다니고 있습니다. 전에는 청계산, 관악산에 자주 다녔는데 요즘은 가까운 우면산이나 서리풀공원 산책을 주로 합니다.”

참 담백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서 그만의 건강비법을 찾을 수 있었다. “저는 사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살아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웃으면서 즐겁고 건강하게 살겠습니다’ ‘오늘도 세상에 작으나마 보탬이 되도록 살겠습니다’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일어납니다. 또 밥 먹을 때는 ‘이 음식이 제 앞에 오기까지 수고한 많은 분들께 감사합니다’라고 소리 내어 말합니다.”

바로 정신의 건강법이다. 실제 정신과 교수에게 문의해본 결과 이처럼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은 신체의 건강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웃음이 신체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또 그는 틈만 나면 마당에 나가서 호흡하고 풀을 뽑으며 정원에 있는 나무의 가지치기를 한다. 2~3시간 하고 나면 땀이 나는데 일이 아니라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전의 그는 신문에 글을 연재할 때도 한번에 50회를 미리 써 놓을 정도로 원고에 대한 약속, 사람에 대한 약속을 꼭 지키려고 했다. 문제는 이것이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된다는 점. 원고를 쓰다가 안 써지면 줄담배를 피우는 것은 물론 스스로 못 견뎠다. 하지만 이젠 펜을 딱 내려놓고 옷 입고 등산로로 나선다. 차라리 그러고 나면 글이 써진다는 것이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일. 이것이야말로 정신건강의 시작이다.

“요즘엔 여름에 의료봉사를 다니는데 한 번은 청송에 갔다가 한여름에 주왕산을 오르자고 사람들을 꼬였어요. 그 이유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언제 다시 주왕산에 오르기 위해 여기에 다시 오겠어요? 기회가 왔을 때 가보자 생각했습니다. 남들은 그저 의료봉사만 하고 돌아갈 때 우린 더 많은 걸 경험하고 먹고 돌아갈 수 있었죠.”

그러니까 에너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고희에 가까운 나이다. 하지만 지금도 여느 젊은이 못지않게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내가 어디에 마음을 두느냐가 중요하다”며 “똥오줌을 내 방에 두면 오물이지만 밭에 두면 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그가 강연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인생은 스스로 명답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터뷰 내내 ‘나’가 아닌 ‘저’라고 칭했다. 남을 배려하는 겸손함과 진심을 담아 한순간도 허투루 하지 않는 마음. 그가 어째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명사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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