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넘어도 꼿꼿? 많이 걷고 적게 먹어서죠”
“70세 넘어도 꼿꼿? 많이 걷고 적게 먹어서죠”
  •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강인희 기자
  • 승인 2013.02.2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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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배우 전무송

지난달 연재를 시작한 ‘명사의 건강관리’ 이번호 주인공은 김홍신 작가가 추천하신 배우 전무송 선생입니다. 두 분은 지난 80년대 중반 문화예술을 사랑한 정릉 경국사의 한 스님을 통해 첫 만남을 가졌다고 합니다. 서로가 무명이던 시절, 청년기에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좋은 선후배이자 친구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전무송 선생께서 추천해주신 다음호의 주인공은 배우이자 연출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김명곤 교수입니다. ‘꿈과 열정’으로 신나게 살아온 김 교수는 문화관광부 장관을 거쳐 현재 동양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편집자 주>

50년. 사람의 나이로 치면 ‘지천명(知天命)’이다.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한 인생을 살면서 50세가 되니 비로소 하늘의 뜻을 알겠다고 한데서 유래된 말이다.

배우 전무송 씨는 올해로 연극인생 51주년을 맞았다. 한 가지 일을 50년 이상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성실함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적어도 연극에 관한 한 하늘의 뜻을 능히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늦은 오후 대학로에서 만난 배우 전무송 씨는 지금 그가 공연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청년 못지않게 정정한 모습으로 반갑게 웃으며 들어선 그에게서 따뜻하고 푸근한, 그러면서도 강건한 우리 시대의 아버지상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연극인생 50주년을 기념해 공연했던 ‘보물’에 대해 물었다. 이 작품은 딸 전현아가 극본을 쓰고 사위 김진만이 연출했으며 아들과 딸이 함께 배우로 올랐던 그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하루는 연습이 없어 방에 누워있는데 흰 벽이 눈에 들어왔어요. 애들이 좋아하는 그림책과 크레파스가 있어 하루 종일 흰 벽 가득 공룡과 나무를 그려줬지요.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그걸 보고 정말 좋아하는 겁니다. 며칠이 지나 엄마가 딸아이 학교에 찾아갔는데 교실에서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답니다. 무슨 얘기를 하나 다가가 들어보니 ‘나는 아빠가 언제든지 집에 있어서 벽에 그림도 그려준다’고 자랑을 하더랍니다.” 보물은 이렇게 태어났다. 아이는 그 때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희가 넘어서도 여전히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다. 먼저 소식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현미, 콩 등 잡곡음식을 주로 먹고 육류는 되도록 피한다고. 또 운동으로는 꾸준히 걷는다고 말했다. 한동안 걷기를 쉬면서 몸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껴 다시 걷기 시작했다고.

이어 “건강한 육체는 건강한 마음에 달린 것 같다”며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줬다. 먼저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으랴만 긍정하는 마음이 이를 크게 상쇄해준다고 말했다. 또 긍정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힘입니다. 더 가지려는 것이 아니라 주려는 거죠. 남과 비교하면 행복하지 않아요. 흔히 욕심을 버리라는 말이 있죠? 바로 버려야만 참사랑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사랑은 계속 노력하는 겁니다. 설령 누가 나를 모함하고 헐뜯어도 ‘그럴 수 있지’라고 넘어 갈 수 있으면 얼마나 마음이 편하겠어요.”

그는 장기기증에도 서명했다. 앞으로 시신기증도 생각 중이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너무 늙어서 시신을 기증해도 쓸모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자신이 말한 참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노배우. 일생을 연극과 함께 살아온, 또 살아갈 노배우와 함께 한 오후의 티타임은 참으로 오랫동안 가슴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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