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눈을 먹으면 시력이 좋아질까?
물고기 눈을 먹으면 시력이 좋아질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4.08.1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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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요리를 먹을 때 물고기의 눈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또 예로부터 생선 눈은 어르신들이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바로 노안 때문이다. 정말 물고기의 눈을 먹으면 정말 눈이 좋아질까?

동의보감에는 ‘비슷하게 속한 것들을 찾아서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나온다. 바로 ‘구속지법(求屬之法)’이다. 쉽게 말해 동물의 특정 기관이나 장기가 인간의 해당 기관이나 장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기능이 비슷한 것들은 기운도 비슷해서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다.

다른 말로는 ‘동성상응(同聲相應)’ 또는 동기상구(同氣相求)’라고 한다. 동성상응은 같은 주파수의 소리끼리 서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사방이 막힌 방안에 기타 여러 대를 놓아두고 한 기타의 한 줄만 튕기면 다른 기타의 두께와 장력이 동일한 줄이 잇따라 진동을 한다. 동기상구는 기운이 같은 것들끼리는 모이고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과거 빈혈이 심한 경우 어른들은 소도축장에서 소의 비장을 구해 먹기도 했다. 빈혈은 적혈구의 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적혈구는 비장에서 파괴되기 때문에 비장기능이 과잉항진되는 경우 적혈구 부족에 의한 빈혈이 유발된다.

제약회사에서 빈혈치료제로 사용하는 철함유단백질인 페리틴(ferritin)은 실제로 소나 말의 비장에서 추출한다. 소의 비장으로 사람의 비장을 보(補)하는 것이다.

보통 눈이 좋지 않은 경우 동물의 간을 많이 먹기도 한다. 문헌적 근거도 있지만 실제로 소나 양의 간을 먹으면 눈이 밝아지는 효과가 있다. 한의학적으로 간이 눈을 길러주는 장기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동물의 간에는 눈에 좋은 영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동물의 간에는 비타민A가 많은데 비타민A는 시력을 회복하고 안구피로, 안구건조, 노안 등에 좋고 백내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야맹증과 관련된 로돕신 생성에도 중요하게 관여한다.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에는 소의 사골(四骨:소의 다리가 4개이기 때문)을 고아 먹는다. 동물의 뼈를 이용해 뼈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단 너무 오래 달이면 소골의 인성분이 우러나 우리 뼈 안의 칼슘을 빼내기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달이는 것은 주의해야한다.

돼지족발이나 돼지껍질, 닭발에 많은 콜라겐은 사람의 관절연골을 튼튼하게 하고 피부주름을 예방하고 윤택하게 한다. 콜라겐은 아미노산의 집합체로 위에서 소화가 되면 단지 아미노산이기 때문에 연골이나 피부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물의 콜라겐은 인간의 경우에도 콜라겐이 많은 연부조직을 채우면서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생선의 눈은 어떨까. 생선의 눈에는 비타민B1과 DHA가 많다. 사람에게 비타민B1이 부족하면 시신경염이 생기기 쉽다. 또 생선의 눈 뒤쪽에 있는 안와지방에는 DHA가 많은데 DHA는 망막의 주된 영양소로 외부섭취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누군가 눈 건강에 좋다면서 물고기 눈까지 먹는 것을 보고 그리 비웃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동기상구'로 해석할 수는 없다. 주위를 보면 간혹 관절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고양이뼈를 고아 먹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잘못된 동기상구로 어느 한의서에도 고양이뼈가 관절이나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기록은 없다. 무작정 비슷하다고 효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동기상구는 음식이나 약물의 효능을 추측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을 수도 있고 섭취 후 나타난 효능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론일 수도 있다. 알고 보니 영양소의 효능이었다고 하지만 영양소를 몰랐던 과거에는 약식동원을 실천하는 지혜로 활용됐다. 동기상구는 비웃음의 대상이 아니다.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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