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체온유지에는 매운맛보다는 신맛
가을, 체온유지에는 매운맛보다는 신맛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5.08.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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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언제 끝날까 싶더니 모기입이 돌아가고 귀뚜라미가 울어댄다는 처서(處暑)가 지났다. 좀 선선해져서 좋은가 싶더니 새벽녘에는 벌써 쌀쌀한 기운이 감돌아 걷어낸 이불을 찾아 뒤척거린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체온유지에 힘써야한다.

환절기 하면 보통 봄을 떠올린다. 봄 환절기는 날씨가 따뜻해지는 쪽으로 가기 때문에 관리가 소홀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을 환절기는 여름에 많은 기운을 소모했고 더군다나 날씨가 쌀쌀해지기 때문에 건강을 잘 챙겨야 하는 시기다. 그렇지 않으면 가을 겨울을 거치면서 잦은 감기, 피부질환에서부터 심지어 심장마비나 중풍 등 심각한 질환을 부를 수 있다.

가을은 오행 중 금(金)에 해당하는 계절로 양명조금(陽明燥金)의 계절이기 때문에 건조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피부는 쉽게 건조해지면서 가려워진다. 가을은 폐, 대장과 관련이 있어 폐기능이 저하되면서 기침이나 비염이 심해지고 대장점막도 마르면서 변비도 심해진다.

신맛은 이를 보(補)하는 맛이다. 신맛은 기운을 수렴하면서 진액을 만들어 건조함을 막아주고 폐기능을 좋게 한다. 레몬을 떠올리면 침이 생기는 것도 바로 신맛의 기운 때문이다. 신맛은 기운을 끌어당기면서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맛으로 오장의 기운을 조절하는 것을 고욕보사법(苦欲補瀉法)이라고 한다. 폐는 신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폐를 급히 보(補)하고자 하면 오미자와 같은 신음식을 먹으라고 했다. 오미자 외에도 신맛이 많은 가을과일이 좋다. 가을과일은 냉성인 여름과일과 달리 성질이 따뜻하고 신맛이 강하다. 대표적으로 사과, 모과, 오미자, 유자, 석류, 귤, 포도 등이 있다.

가을 환절기에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온유지가 중요하다. 보통 체온을 높인다고 하면 매운맛을 많이 떠올린다. 실제로 매운맛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곧바로 체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발한(發汗)작용을 하기 때문에 상승된 체온은 땀으로 인해 곧이어 떨어진다.

반면 신맛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땀구멍을 막기 때문에 땀을 억제해 체온을 유지한다. 체표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에 심부의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중심체온이 서서히 높아진다. 신맛을 먹으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중심체온도 상승된다. 매운맛이 양은냄비라면 신맛은 뚝배기 같다.

 

포유류는 음식에 포함된 영양소들에서 전환된 화학에너지가 세포내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는 구연산회로에서 에너지(ATP)를 만들어낸다. 발생한 에너지 중 25~35%는 일에너지로 전환돼 소모되고 나머지는 열에너지로 변환돼 체온을 유지한다. 여기에 반드시 구연산 같은 유기산이 필요하다. 구연산은 레몬에 있는 산을 부르는 말로 구연은 바로 레몬을 뜻한다. 레몬 외에도 다양한 감귤류에 많다.

발효식초도 도움이 된다. 하루 섭취량은 원액(pH 3~4) 기준으로 체중비율의 약 5%정도면 적당하다. 60Kg이면 하루 30ml 정도다. 너무 많이 먹으면 속쓰림을 유발한다. 희석해 마시든지 적당량을 요리에 활용한다. 식초는 자체적으로 기운이 따뜻한 편이다. 사과식초, 석류식초, 오미자식초, 살구식초 등은 원재료의 기운도 따뜻하기 때문에 금상첨화다.

체온유지는 면역력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신맛은 항피로효과도 있고 체온상승과 유지에 도움을 주면서 면역력을 높이는 중요한 맛이다. 유독 가을에 신맛을 즐겨 찾았던 조상의 지혜로 가을 환절기의 건강을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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