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 흔한 식재료가 소화제로 변신한다?
추석명절, 흔한 식재료가 소화제로 변신한다?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5.09.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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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처럼 먹을 것이 풍성한 명절도 없다. 갑자기 과식해 체하기도 하고 완전하게 가시지 않는 여름의 잔더위로 인해 식중독도 우려된다. 이 경우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소화제나 천연방부제가 될 수 있다.

먼저 송편 같은 떡을 먹고 체한 경우 엿기름으로 해결하면 된다. 엿기름으로는 식혜나 엿을 만드는데 아밀라아제와 맥아당 등 소화효소들이 뭉쳐 있어 강력한 소화력을 발휘한다. 한방에서는 싹을 띄운 보리를 약간 볶아 맥아(麥芽)라고 해서 소화제로 사용한다. 특히 탄수화물로 이뤄진 곡물소화에 좋다. 엿기름 4그램 정도(메추리알 크기)를 물과 함께 먹으면 된다. 엿기름이 없으면 식혜도 좋다.

육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는 산사(山楂)열매가 좋다. 시중에는 이 열매로 만든 술도 있다. 산사는 췌장에서 지방과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효소분비를 촉진시켜 육고기의 소화를 돕는다. 또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고지혈증에도 좋다. 산사에는 소량의 아미그달린이 함유돼 있어 날로 먹지 않고 볶아서 가루내 먹든지 끓여서 차로 마셔야 한다. 위산과다로 속쓰림이 있는 소화성궤양환자, 유산위험성이 있어 임산부는 섭취하면 안 된다.

생선이나 게를 먹고 탈이 났을 때는 생강(生薑)이 좋다. 생강의 정유성분은 위액분비를 촉진시켜 소화가 잘 되게 한다. 매운맛 성분인 진저론과 쇼가올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항균작용이 있다. 특히 찬 음식을 먹고 구토, 설사가 났을 때 좋다. 생선이나 장어요리와 함께 먹으면 배탈을 막고 소화도 잘 된다. 생강조림은 회로 인한 식중독을 막아준다. 마르지 않은 생강도 좋고 말리거나 구운 생강도 좋다.

생강은 썩거나 곰팡이가 생기면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생강이 썩을 때 사프롤(safrole)이라는 독성물질이 생기는데 간암을 유발하기 때문. 사프롤은 생강 한쪽이 썩으면 정상적으로 보이는 부분까지 급속도로 퍼지기 때문에 도려내도 제거되지 않는다. 물에도 안 녹고 열에도 안정성이 높아 데치거나 끓여도 마찬가지다. 아끼지 말고 그냥 버려야 한다.

생선을 먹고 탈이 난 경우 생강이 없다면 들깻잎도 좋다. 깻잎과 비슷한 것으로 잎이 자색을 띠는 자소엽(紫蘇葉)은 약으로도 쓴다. 자소엽은 빨간 깻잎이나 차조기라고도 한다. 없으면 일반깻잎을 사용해도 효과가 있다. 들깻잎의 특유의 향을 내는 정유성분은 방부제역할을 하면서 식중독도 예방한다. 송편을 찌거나 보관할 때 넣는 솔잎도 방부효과를 위해서다.

후추도 적은 양은 소화를 돕고 식중독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매운맛 성분인 피페린이 위액분비를 촉진시키는데 특히 찬 음식을 먹은 후 배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될 때 좋다. 후추와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초피나무도 마찬가지다. 초피나무에는 매운맛 성분인 산시울이 있다. 서양에서는 초피열매가루를 중국후추라고 부른다. 초피나무는 제피나무라고도 하는데 산초나무와는 전혀 다른 나무다.

 

보통 추어탕에 넣어 먹는 것은 초피(제피)의 열매껍질을 갈아 놓은 것이다. 산초나무는 향신료로 사용하지 않고 주로 열매를 이용해 기름을 짜 먹는다. 초피와 산초는 서로 잎모양이 다르다. 가시가 나는 방향도 초피는 마주보고 산초는 어긋나게 나기 때문에 구별이 가능하다. 헷갈리지만 이들은 구별해야 한다.

추석 대는 일교차가 커 낮에는 한여름 못지않은 식중독환자가 발생한다. 특히 성묫길에 싸 가는 음식은 쉽게 상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무엇보다 과식을 피하고 식중독예방에도 신경써야겠다. 풍족하고 맛있는 추석음식으로 배탈 없는 건강한 추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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