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암 유발? 종류, 조리방법 따라 천차만별
고기가 암 유발? 종류, 조리방법 따라 천차만별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5.10.28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바로 햄과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이 1급 발암물질이라는 것이다. 가공육이 어느 정도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당황스럽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국제암연구소의 발암물질등급 분류는 4가지 그룹이 있다. 보통 ‘1급’이라고 표현하는 단어는 Group 1을 해석한 것으로 ‘1군’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1군에는 알코올, 흡연, 니코틴, 석면, 비소, 포름알데히드, 방사선 등이 포함돼 있다. 가공육이 바로 이 쟁쟁한 것들과 동일한 발암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가공육에 들어가는 합성보존제(소르빈산, 안식향산 등), 발색제(아질산나트륨 등) 등이 발암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로 높아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첨가물만의 문제는 아니다. 추가로 가공육을 만드는 고기 종류 자체의 문제도 있다.

대부분의 가공육은 적색육(소고기와 돼지고기 등)으로 만들어 진다. 적색육은 헤모글로빈(혈색소) 때문에 붉게 보이는데 헤모글로빈은 철과 결합된 헴과 글로빈으로 구성돼 있다. 헴은 철분과 결합되어 있어서 헴철이라고 한다. 또 적색육에는 기름기가 많은데 헴철과 함께 상대적으로 높은 포화지방산을 포함하고 있다.

헴철이 체내에서 포화지방산과 결합하면 엔니트로소화합물(N-nitroso compounds) 생성에 관련하고 세포와 유전자에 독성을 갖는 알데하이드(aldehyde) 생성에도 연관돼 암 발병율을 높인다는 가설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제암연구소는 적색육도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해 놓았다. 매일 100g의 붉은 생고기를 먹으면 대장암위험을 17%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시중의 철분제제들은 어떨까. 이와 관련된 연구는 없는 것 같다.

또 다른 문제는 고기를 구워 먹는 경우 새로운 발암물질이 생성된다는 점이다. 고기가 탈 때 HCA(heterocyclic amines)와 다륜성 방향족 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PHAs)등의 발암물질이 만들어 진다. 직화구이 시 생성되는 벤조피렌은 1군 발암물질이다. 후추를 쳐 구우면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함량이 증가한다. 가공육을 불에 구울 때도 마찬가지다. 이는 적색육이나 백색육이나 마찬가지다.

 

가공육의 발암가능성은 첨가물문제뿐 아니라 고기 자체의 문제, 조리 시 추가로 생성되는 화합물의 문제다. 그렇다면 첨가물을 바꾸거나 줄이고 고기는 적색육보다는 백색육을 주로 섭취하고 조리방법을 달리하면 된다.

먼저 가공육을 먹을 때는 끓는 물에 2~3분 정도 데쳐 먹는다. 이렇게 하면 햄이나 소시지 등에 포함된 아질산나트륨 등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 아질산나트륨은 니트로사민을 만들어 암을 유발한다. 백색육으로 만든 가공육도 다양한 화학첨가물이 포함될 수 있어 역시 끓는 물에 데쳐 먹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적색육은 불에 구워 먹기보다는 수육으로 먹는 것이 건강에 가장 이롭다. 중요한 것은 삶기 전 먼저 찬물에 1시간 이상 담궜다가 핏물을 충분히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삶기보다는 쪘을 때 영양소 손실을 막으면서 어느 정도 지방을 제거할 수 있다. 헴철과 포화지방산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셈이다.

고기를 먹는 것이 두려워 채식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다. 단백질과 지방으로 구성된 고기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육류섭취는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현명한 방법으로 섭취하는 고기는 결코 발암물질이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