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당일 우황청심원 오히려 ‘독’ 될 수도
수능당일 우황청심원 오히려 ‘독’ 될 수도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5.11.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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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수능이라는 불안과 초조가 휘몰아치는 결전의 날이 찾아왔다. 이런 날 한번쯤 떠올려 보는 약이 바로 우황청심원이다. 요즘 우황청심원은 흔하게 구할 수 있어서인지 운전면허시험이나 입사 면접 전에는 꼭 먹어야 하는 단골간식처럼 됐다. 하지만 이는 자칫 집중력을 떨어뜨려 시험이나 면접을 오히려 망칠 수 있어 조심해야한다.

우황청심원은 동의보감에 수록된 것으로 총 31가지 약재로 이뤄진 처방이다. 원방은 명나라 때 공신의 고금의감(古今醫鑑)이라는 한의서에 기록된 것을 의학입문이나 동의보감에서 재인용한 것이다. 동의보감 중풍문(中風門)을 보면 ‘중풍으로 인해 쓰러진 후 갑자기 인사불성이 되면서 정신이 혼미할 때’ 사용하는 구급약으로 돼 있다. 또 신문(神門)에는 ‘마음이 불안하면서 갑자기 기뻐하거나 화가 나면서 안절부절못하는 증상’도 치료한다고 했다.

처방이름은 그 처방에 포함되는 중요한 약재나 효능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황청심원(牛黃淸心元)이란 처방은 ‘우황(牛黃)’이 주된 약물이며 효능은 ‘청심(淸心-심장의 화를 시원하게 함)’인 환약이라는 의미다. 우황은 소의 담낭에 생긴 결석으로 열을 내리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다. 이름만 봐도 우황청심환은 성질이 서늘하면서 진정작용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황청심원은 현대에 들어와 약리학적 연구결과로 혈관확장작용에 의해 뇌혈관의 산소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고혈압,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에도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하기(下氣)작용에 의해 가슴이 답답하면서 체한 기운을 풀어준다. 또 자율신경실조증에 의한 불안증상에 효과가 있다. 따라서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불안하고 초조한 경우에 복용하면 심장박동수를 줄여주면서 혈압을 낮추고 진정작용을 나타낸다.

문제는 평소 혈압이 낮거나 기운이 없고 소화기가 약하면서 몸이 냉하거나 자주 설사하는 사람이라면 불안증상이 있어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이런 체질의 경우 우황청심원을 복용하면 몸이 더 나른해지면서 기운이 없어지고 졸리면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배가 아프고 속이 부글거리면서 소화불량을 호소하기도 한다. 우황청심원은 허한 기운을 보하는 것이 아니라 삿된 기운에 의한 소위 실증(實證)에 처방하는 약물이기 때문이다.

시중에 다양한 종류의 우황청심원이 있지만 소위 말하는 원방(元方)은 없다. 과거 원방에 사용되었던 주사와 석웅황은 수은과 비소를 함유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식약처에 의해 사용금지됐고 코뿔소뿔인 서각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의해 사용금지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일단 시중에는 ‘원방우황청심원’은 없는 셈이다. 참고로 중국에서 구할 수 우황청심환(丸)은 전혀 다른 처방이다.

 

우황청심원에 들어가는 사향도 CITES관리품목이다. 따라서 정식통관절차를 밟은 정품사향이 포함된 제품도 있지만 정품사향이 부족해 법적으로 대체사용이 허가된 합성사향무스콘이나 사향고양이에서 얻는 영묘향을 사용한 것도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가격과 효과면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성분내용을 명확하게 고지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주사나 석웅황이 빠져 있고 정품사향이 아니더라도 임상적으로 최소한의 효능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어 걱정할 것은 없다. 어쩌면 원방보다 더 안전성과 재현성이 확보된 처방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황청심원이 꼭 필요하다면 한의사의 처방에 의해 복용할 것을 권한다. 우황청심원이 적합하지 않는 체질과 증상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상비약으로 보관 중인 우황청심원을 어쩔 수 없이 먹는 경우라면 1/4쪽이나 1/2쪽으로 용량을 줄여 시험 삼아 먹어 보고 용량을 늘려 보자. 한두번은 문제가 안되더라도 너무 자주 복용하면 정기(正氣)를 상하기 때문에 주의한다. 우황청심원은 누구나 아무 때나 먹어도 되는 건강식품이 아니라 구급약임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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