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냄새 두려워? 효과도 기대 말아야
마늘냄새 두려워? 효과도 기대 말아야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5.11.1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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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마늘이 남성의 겨드랑이냄새를 줄여주고 성적 매력을 높여준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마늘은 백익일해(百益一害)라고 해서 냄새가 유일한 문제라고 했는데 이제는 마늘냄새가 좋은 역할도 하는 것 같다. 사실 마늘냄새를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 민족이 마늘을 먹어온 역사는 단군신화에도 나온다. 하지만 단군신화에 나오는 것은 마늘이 아니라 달래다. 삼국유사(1281년)의 단군신화에는 ‘산이십매(蒜二十枚)’라는 글귀가 있는데 바로 ‘산(蒜)’자를 마늘로 해석한 것이다. 당시 산(蒜)은 달래를 의미했다.

송나라 본초도경(1061년)에는 ‘산(蒜)은 소산(小蒜)인데 호(葫)와 비슷하다’라고 했다. 명나라 때 본초강목에도 ‘산(蒜)은 소산(小蒜)이고 호(葫)는 대산(大蒜)이다’라고 했다. 조선시대 동의보감에도 호(葫)나 대산(大蒜)은 마늘을 지칭하고 소산(小蒜)은 달래로 기록돼 있다. 달래는 산산(山蒜;산마늘)이라는 이명도 있지만 고조선시대에는 마늘이 재배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달래가 맞다.

고려사에는 1056년의 10월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불경을 강독했던 자리가 ‘총산지주(葱蒜之疇; 파와 마늘밭)’로 변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의 산(蒜)은 파와 함께 밭을 이뤘다는 표현으로 봐서 재배마늘인 대산(大蒜)을 의미하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쨌든 마늘의 식용과 재배역사가 아주 오래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곰이 마늘을 먹었는지 달래를 먹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둘 모두 공통적으로 지독한 냄새성분 자체가 효과를 낸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 바로 알리신이다. 원래 통마늘에는 알리신이 없다. 마늘을 으깨거나 씹으면 독특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마늘의 알리인이 세포벽 속의 알리나아제와 만나서 알리신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생마늘을 씹어 먹으면 가장 많은 양의 알리신을 섭취할 수 있다.

마늘은 가열하면 냄새가 줄어든다. 통마늘의 경우 자체에 알리신이 없기도 하지만 알리나아제가 열에 쉽게 파괴되기 때문에 결국 알리신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에 넣어 오랫동안 끓인 통마늘을 먹어보면 맹맹한 맛만 난다. 마늘의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조리법이다. 통마늘을 넣어 만든 마늘밥도 뜸들일 때 마늘을 넣는 것이 좋다.

으깬 마늘의 경우에도 만들어진 알리신은 열이 가해지면 휘발된다. 국에 으깬 마늘을 넣을 때는 맨 나중에 넣는 것이 좋다. 파를 늦게 넣는 이유와 같다.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열을 가하지 않는 것이다. 참고로 흑마늘은 오랫동안 열을 가해 만들기 때문에 알리신은 없지만 갈변화과정에서 새로운 생리활성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마늘과는 성분 자체가 다르다.

 

알리신은 수용성이면서 지용성이다. ‘으깬’ 마늘을 포도씨유 등에 담궈 두면 알리신과 함께 지용성 황화합물(DAS, DADS)들이 빠져나와 마늘기름이 만들어진다. 마늘기름도 뜨거운 국에 넣어 오랫동안 끓이는 것보다는 나물을 무칠 때나 샐러드 드레싱으로 사용하면 좋다.

생마늘이 좋다고 해서 무작정 생마늘을 씹어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입냄새는 그렇다 치고 위장자극도 걱정이다. 옛말에도 생마늘을 많이 먹으면 눈병이 생긴다고 했다. ‘살짝만’ 익히거나 구워 먹거나 마늘장아찌로 약간 숙성시켜 먹는 것이 좋다. 나물이나 김치에 들어가는 으깬 생마늘도 효과적인 섭취방법이다. 또 마늘을 말려 가루낸 후 캡슐에 넣어 먹는 것도 좋다. 마늘가루캡슐은 모든 성분이 보존돼 있고 입냄새도 예방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마늘은 냄새를 제거하면 효과도 사라진다. 이에 마늘은 백익무해(百益無害)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독특한 체취가 마늘냄새라고 하는 것도 손가락질 받을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마늘을 아주 현명하게 섭취하고 있을 뿐이다. 마늘은 냄새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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