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자주 트는 입술, 속병이 원인은 아닐까?
겨울철 자주 트는 입술, 속병이 원인은 아닐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5.12.02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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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이 있다. 입술이 없으면 치아가 시리다는 말로 자신을 보호하는 존재의 가치에 대한 한자성어다. 하지만 입술은 단지 치아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만은 아니다. 겨울이 되면 입술이 터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입술만의 문제나 계절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입술은 한자어 구순(口脣)에서 출발한 것으로 구(口)의 우리말은 ‘입’이고 ‘술’은 순(脣)에서 파생된 발음으로 여겨진다. ‘술’은 암술과 수술처럼 중요부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입술은 인체의 가장 가운데 있는 장기인 췌장의 기능을 대변한다고 했다. 여기서 췌장은 소화기관을 대변하는 장기로 이해하면 된다. 또 황제내경에는 ‘육부의 정화는 입술에 나타난다’고 했다. 입술이 오장육부의 건강상태를 대변한다는 말이다.

 

입과 입술은 소화기관의 관문이다. 따라서 반복적이고 만성적인 구순염(口脣炎)은 소화기관을 치료해야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입가에 수포가 생기고 짓무르는 단순포진(헤르페스)을 옛 어른들이 입이 크려고 그런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회복이 되기에 별다른 걱정을 안 하게 되는 좋은 구실이었지만 잦은 단순포진은 면역력의 저하를 의미한다. 대상포진을 앓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구내염이나 장염, 방광염도 잘 생긴다.

입술은 소화기 점막의 연장선상에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피부와 점막의 중간 정도에 해당된다. 장과 연결된 구강점막과 연결돼 있어서 점막의 특징도 있으면서 동시에 피부의 특징도 가지고 있다. 점막이기 때문에 땀과 비지가 분비되지 않아 쉽게 건조해지고, 피부이기 때문에 각질이 잘 생긴다. 일반적인 피부에 비해서 건조함도 몸 상태에 따라서 예민하게 반응을 보인다.

옛 어른들은 극심한 초조함과 불안상태에 있을 때 “입술이 탄다” 혹은 “입이 바짝 마른다”라고 했다. 교감심경의 흥분상태에서는 부교감신경이 억제되는데 이때 소화액 등의 장액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입술도 마르게 된다. 따라서 입술이 잘 트는 사람들은 계절적인 영향도 있지만 평소에 긴장을 잘 하거나 소화기관이 약한 경우가 많다.

주위에 보면 입가에 거품이 생기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연세 드신 분들이나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종의 구강건조증과 관련된 증상으로 침의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점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심한 말다툼을 하는 경우 “입에 거품을 문다”는 식의 표현도 있지만 모두가 입에 거품을 무는 것이 아니다. 신생아들의 경우 입에 침 거품이 생기면 비가 온다는 속설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고 소화기관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생리적인 현상이다.

입술은 아주 얇은 점막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피하의 모세혈관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건강한 입술은 붉게 보인다. 건강한 입술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윤기가 돌고 붉은 색을 띠면서 살집이 있으면서 두툼해야 한다. 입술이 창백한 경우는 빈혈을 의심할 수 있고 몸이 냉한 경우에도 입술이 파래진다. 검푸른 색을 띠는 입술은 미세순환장애, 심장질환, 대사증후군이나 간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습관적으로 입으로 숨을 쉬거나 흡연을 하는 경우는 입술을 쉽게 마르게 한다. 입술에 침을 바르는 습관도 입술이 트는 것을 악화시킨다. 촉촉한 입술 건강을 위해서는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신다. 집에서 생들기름이나 꿀을 살짝 발라도 도움이 된다. 입술에 상처나 난 경우는 달걀의 속껍질(난각막)을 이용해서 붙이면 상처보호와 보습에도 좋다.

겨울철 입술이 튼다고 립밤에만 의존하지 말고 한번쯤 자신의 몸 안을 한번 들여다보자. 입술은 단지 입을 벌리고 다물거나 말이나 키스를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입술은 우리 몸 안의 건강상태를 대변하는 대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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