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음료, 술 마신 후 먹으면 효과 거의 없어
숙취해소음료, 술 마신 후 먹으면 효과 거의 없어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5.12.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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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업체에서 성인음주행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평소 술 마신 다음 날 숙취를 겪는가?’라는 질문에 80%가 숙취가 있다고 답했다. 한번 마시면 주량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술자리가 잦은 연말이면 홍역처럼 한번은 숙취를 겪고 넘어가야한다.

숙취(宿醉)라는 단어는 옛날부터 사용된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주독(酒毒-술의 독성)이나 주상(酒傷-술을 과음해 나타난 증상)이나 주병(酒病-술병)이라고 했다. 정(酲-숙취)이나 명정(酩酊-완전히 취함)이라는 단어도 사용됐다.

숙취에는 여러 가지 증상이 있지만 주로 소화기증상이 많아 대표적으로 주상에 사용된 대금음자(對金飮子)라는 처방은 소화제로 사용되는 평위산(平胃散)을 약간 변경한 것이다. 이 경우 이미 나타난 숙취를 없애는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숙취가 생긴 이후에 복용하는 처방이다.

반면 숙취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처방도 있다. 대표적으로 갈근(칡), 갈화(칡꽃), 소두화(팥꽃) 등이 주로 사용됐다. 처방으로는 갈화해정탕(葛花解酲湯)이 있는데 숙취에도 도움이 되지만 알코올분해를 촉진시키고 간기능을 활성화시켜서 알코올성 간질환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 이와 함께 만배불취단(萬盃不醉丹)은 술을 마시다가 취했을 한알을 먹으면 술이 깬다고 했고 신선불취단(神仙不醉丹)은 한알을 먹으면 술 열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했다.

효과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모두 숙취를 미연에 방지하는 처방들이다. 이 경우는 술을 마시기 전이나 술과 함께 복용하는 처방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많은 숙취해소음료들은 헛개나무, 밀크시슬, 아스파라긴산 등과 더불어 최근에는 울금도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모두 간기능을 개선시킨다는 재료들이다. 만약 효과가 인정된다면 알코올 대사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신속하게 분해시키는 것이 목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술을 마시기 전에 미리 섭취해야 한다.

이 중에 ‘헛개나무 아래에서 술을 담그면 술이 물처럼 돼 버린다’는 전설(?)이 있는 헛개나무는 어느정도 간기능개선효과가 인정된다. 하지만 헛개나무에는 피롤리지딘이나 아리스톨로크산 등 독성물질이 있어 많이 섭취하면 독성간염이나 신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특히 간질환이 있는 경우 무작정 섭취하면 안 된다. 참고로 열매는 독성이 없다.

 

장을 풀어준다는 의미로 알고 있는 해장국의 원래 이름은 ‘술 깨는 국’이라는 의미의 해정국(解酲湯)에서 나왔다. 또 술국도 해장의 의미가 있는 주탕(酒湯)의 우리말이다.

해장국이나 술국은 사골이나 우거지등을 넣어 끓인 것으로 장을 편하게 해 속이 불편한 숙취증상이 있을 때 먹으면 도움이 된다. 만일 아스파라긴산이 많은 콩나물국이나 메치오닌이 많은 북엇국을 먹겠다면 숙취가 생기기 전에 먹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숙취해소음료도 마찬가지다.

사실 가장 효과적인 숙취해소음료는 바로 물이다. 시중에는 물보다도 못한 이름만 숙취해소음료인 것도 많다. 술 마실 때 물을 자주 마시면 술도 덜 취하고 배출효과도 좋아진다. 술 종류와 상관없이 최소한 1:1 비율로 마시고 독한 술이면 물 섭취량을 늘린다. 물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이 한꺼번에 흡수되지 않아 간 부담도 줄어든다.

최소한의 도움이 되는 숙취해소음료는 숙취‘예방’음료로 불리는 것이 맞다. 따라서 당연히 술을 마시기 전에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미 숙취증상이 나타난 후의 숙취예방음료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과 같다. 그냥 꿀물 한잔 마시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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