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우면 살이 빠질까 살이 찔까
추우면 살이 빠질까 살이 찔까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6.01.27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1주일 이상 지속된 기습적인 한파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추위에 시달렸다. 그래서 그런지 활동량도 줄어들고 하던 운동도 못하고 실내에 머무르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먹는 양도 늘어난다. 추우면 당연히 살이 더 찌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추위와 살집의 관계에는 많은 변수가 있다. 심지어 추우면 살이 빠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5분 동안 영하 15도 이하의 온도에 노출을 시키면 약 1시간 정도 운동을 한 효과와 같은 다이어트 효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연구의 핵심은 ‘몸이 떨리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연구결과로 4개월 동안 19도에서 27도까지 서로 다른 온도에서 생활하게 했을 때 19도에서 생활한 경우에 상대적으로 갈색지방이 30~4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추위에 ‘추운 상태’로 노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몸이 떨리는 추위에서는 백색지방이 갈색지방으로 변환이 되면서 열을 내면서 칼로리가 소모된다는 것이다. 추위를 느끼게 되면 체온을 올리고 생존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신진대사를 보다 활발해 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단지 추위 자체가 체중을 줄이지는 않는다. 북극에 사는 원주민과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비교해 보면 피하지방에 차이가 있다. 북극의 원주민은 피하지방이 두껍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피하지방을 쌓아두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추위는 체중을 줄인다고 했는데 이것은 일시적인 응급상황에서의 결과일 뿐이다. 장기적인 상태로는 피하지방을 늘려서 체온을 보호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반면에 열대지방에 사는 원주민들은 몸이 날씨하고 살이 찐 사람들이 거의 없다. 물론 먹는 것들이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이 많고 활동량이 많아서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피하지방을 줄여서 체열을 쉽게 발산하기 위해서다. 만약 북극의 원주민이 열대지방에 거주한다면 일사병이나 열사병으로 문제가 되거나 열대지방 원주민은 저체온증 때문에 북극에서 살아 살 수도 없을 것이다.

한동하 원장

추우 날에는 식욕이 증가하는 경험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식욕을 당기게 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이 증가하는 이유겠지만, 다른 이유로 인류의 생존 본능과 관련된 행동일 수 있다. 몇 번의 빙하기로 굶주림을 경험하면서 날씨가 추워지면 본능적으로 먹을 것을 찾게 되고 또한 한꺼번에 많이 먹어 피하지방으로 저장해 놓고자 했을 것이다. 언제 굶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날씨가 추울 때 칼로리가 높고 기름진 음식을 찾게 되는 것도 피하지방을 늘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본능일 수 있다.

또 추운 날에는 우울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서도 먹는다. 추운 날에는 날씨가 흐리고 햇볕의 양이 적어지는데 이때는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의 양의 분비도 줄어든다. 그런데 음식을 먹게 되면 포만감이 생기면서 세로토닌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인간은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다. 그래서 본능적인 행동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춥다고 해서 무턱대고 먹으면서 본능이라고 자위할 수는 없다. 살을 뺀다고 무작정 추운 곳에서 벌벌 떠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심장마비나 동상 등의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몸이 과도하게 마른 사람들은 칼로리가 높은 음식으로 체지방을 늘려서 늦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반대로 비만한 사람이라면 서늘한 곳에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체지방을 줄이는 식이로 더욱 건강을 챙길 필요가 있다. 추우면 살이 빠질 수도 있고 살이 찔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