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 ‘분리불안’이 나타나는 이유
개에게 ‘분리불안’이 나타나는 이유
  • 방배한강동물병원 유경근 원장
  • 승인 2016.02.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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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변을 못 가리는 문제 만큼이나 보호자들이 자주 상담하는 문제는 개가 혼자 있지 못하는 ‘분리불안’이다. 많은 사람이 개를 사랑으로 키운다지만 늘 개와 함께 생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 개는 사람과 떨어져 혼자 지내야하는 시간이 생긴다.

하지만 보호자와 떨어지면 불안해하면서 대소변을 실수하고 물건을 훼손하며 심지어 짖는 개들도 있다. 사람입장에서는 막상 집에 돌아와 그 상황을 보면 화가 나 개를 혼내는 경우가 많지만 개의 입장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다.

 

특히 이는 개를 제대로 키울 준비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양육을 포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파양과 유기, 재입양이 반복되면 분리불안문제는 더욱 심해진다. 반려견에게는 특히 그렇다.

왜 개들에게 분리불안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개가 사회적 동물이어서 원래부터 혼자 있으면 불안한 것이 정상 아니냐고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개는 제대로만 학습되면 혼자 지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개에게 분리불안문제가 나타나는 이유는 행동학적 문제와 관련 있다. 먼저 쉽게 불안해지는 유전력을 가진 경우다. 또 일명 강아지공장이라고 하는 번식장에서 태어나 빨리 젖을 뗀 상태에서 입양된 개들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 두 가지 문제는 많은 행동학적 문제에서 자주 거론되는 원인이다. 하지만 개를 입양해 키우는 보호자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보호자도 원인 중 하나다. 바로 보호자가 개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이는 개에게 올바른 사회화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는 생후 12주 이전에 세상의 모든 자극에 대해 적극적으로 적응해야한다.

자극의 종류는 사람과 개는 물론 고양이 같은 다른 동물, 자동차 같은 무생물까지 다양할수록 좋다. 특히 개는 5주 정도 됐을 때 스스로 낯선 것을 탐색하고 경험하면서 환경에 적응한다.

하지만 사회화시기를 제대로 겪지 못하면 낯선 환경과 자극 등에 잘 적응하지 못해 혼자 지내지 못할 뿐 아니라 쉽게 흥분하고 불안해한다(14.12.08 ‘동물에게도 사회화가 필요하다’ 칼럼 참고).

또 다른 이유는 벌칙중심의 교육이다. 반복적인 벌칙사용은 개를 쉽게 불안감과 두려움에 빠지게 한다. 결국 문제행동을 교정하고자 시작했지만 문제행동을 더 많이 만드는 결과를 부르는 것이다(15.01.06 ‘반려동물에 대한 벌칙, 교육으로 포장해선 안 돼’ 칼럼 참고).

한편 분리불안이 개와 함께 자는 등 너무 가까이 대해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러한 연구결과는 아직까지 없다.

단 흥분하거나 불안해할 때 안심시킨다는 명목으로 보호자가 개를 안거나 달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이 때 개의 불안감이 가라앉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보호자가 없을 때의 불안감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행동이다.

분리불안은 단순히 집안을 어지럽히는 문제가 아니다. 개들이 긴 시간을 매우 고통스럽게 지내고 있는 심각한 행동관련 질환이다. 따라서 보호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알아내 올바르게 대응해야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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