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춘삼월, 우울감이 도리어 심해진다?
꽃피는 춘삼월, 우울감이 도리어 심해진다?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6.03.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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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자연은 생동감으로 넘실댄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활기와 역동감도 느껴진다. 반면 어떤 이들은 봄에 우울감이 심해지고 우울증까지 호소하기도 한다. 영국시인 T.S. 엘리엇의 시처럼 ‘누군가에게 봄은 가장 잔인한 계절’일 수 있다.

환절기가 되면 누구나 ‘계절성 정서장애’를 경험한다. 계절성 정서장애는 보통 가을, 겨울에 나타나며 이를 겪는 사람들의 10% 정도는 심한 우울감을 경험한다.

우울감은 일조량과 관련이 깊다. 일조량이 적으면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이 각각 증감하기 때문이다. 일조량이 많은 플로리다보다 상대적으로 해가 많이 뜨지 않는 알래스카에 우울증환자가 많다는 연구도 있다.

봄철에 햇빛량이 많아지는데도 우울감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설적으로 햇빛이 강한 여름철에 계절성 우울증환자가 더 많다. 우울감은 일조량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의미다.

인간은 자연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일교차가 심한 봄에 적응력이 떨어지면 신체증상과 심리문제가 함께 나타난다. 불면증, 춘곤증, 식욕부진, 불안·초조가 대표적인 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우울감이다. 봄이 되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학교, 직장에서의 적응력 부재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알레르기도 원인이다. 봄철 알레르기환자들은 면역력문제, 꽃가루항원 때문에 신체적으로 예민해져 있다. 설상가상으로 알레르기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도 줄어든다. 햇빛을 제대로 쬐지 않으면 세로토닌의 양은 늘지 않는다.

한동하 원장

또 봄을 맞이하면서 좋은 일을 기대하지만 실제로 현실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화창한 날씨에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을 보면 우울해지면서 화가 난다. 새 옷을 장만하거나 이사하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다. 실제로 가계지출통계를 보면 사계절 중 봄에 가장 많은 비용을 쓴다. 이처럼 상대적 박탈감도 봄철 우울감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우울감은 노력하면 좋아질 수 있다. 햇볕을 많이 쬐고 먹는 것에 신경써야한다. 바로 비타민D 때문이다. 비타민D는 골다공증뿐 아니라 우울증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D는 햇볕을 쬘 때 피부에서 생성된다. 또 등푸른 생선과 생선 간(肝), 달걀노른자, 햇볕에 말린 표고버섯에도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일조량이 적지만 등푸른 생선을 많이 먹어 우울증환자가 적다고 한다.

사실 우울감과 우울증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우울감이 단순감기라면 우울증은 독감이다. 우울감이 있다고 해서 우울증이 생기지는 않는다. 또 일시적인 우울감과 달리 우울증은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 죽음에까지 이를 만큼 심각한 질환이다.

만일 우울감이 몇 주에 걸쳐 이어진다면 우울증과 함께 만성피로증후군, 급만성간염, 치매초기증상 등 신체적인 질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단순우울감은 비교적 쉽게 개선되지만 다른 원인이 있다면 회복이 쉽지 않다.

한의학적 양생법에서는 ‘봄에는 만물을 생장하도록 하고 죽여서는 안 된다. 도와야지 빼앗으면 안 되고 적절한 상을 내려야지 벌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마음을 여유롭고 너그럽게 가지라는 의미다. 자연변화에 완벽하게 적응하는 사람은 없다.

삶 자체는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봄철에 느끼는 우울감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 보자. “나 봄 타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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