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생강 아까워 말고 과감히 버리세요
썩은 생강 아까워 말고 과감히 버리세요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gamchoo@hanmail.net)
  • 승인 2016.06.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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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란강불란미(爛姜不爛味)’라는 말이 있다. 썩은 생강도 나쁜 맛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믿고서 썩은 생강을 먹었다가는 큰일 난다. 생강은 여름철이나 장마기간처럼 습도가 높거나 저장고에 보관할 때도 수분이 많으면 쉽게 썩는다. 게다가 썩은 생강은 간독성으로 인해서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

생강은 독특한 향이 있는데 바로 진기베린, 진기베롤, 보르네올, 피넨 등과 같은 정유성분의 의한 것이다. 또 적은 양이지만 ‘사프롤’이라는 성분도 포함돼 있다. 사프롤은 원래 몇몇 식물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천연성분으로 피톤치드의 일종인 향기성분이다. 따라서 사프롤은 향료로도 많이 사용해왔다.

사프롤은 특히 사사프라스(미국 녹나무)라는 식물에 많이 함유돼 있는데 독특한 향 때문에 과거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사사프라스 뿌리를 이용해 음료를 만들어 먹었다. 이것이 발전된 것이 바로 루트비어(root beer)라는 음료다.

하지만 1977년 연구에서 사프롤이 쥐에게서 간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 이후로 미국 FDA에서는 사프롤을 식품첨가물로 금지시켰다. 유럽연합도 사프롤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 발암물질 분류에 보면 사프롤은 2B군으로 분류돼 있다.

한동하 원장

사프롤은 녹나무, 팔각회향, 육계(시나몬), 육두구, 목련, 후추, 세신(족도리풀), 바질 등에도 포함돼 있다. 역시 생강에도 있다. 녹나무는 제주에 많이 자라는데 향이 강해서 귀신을 쫓는 나무라는 별명도 있다.

이들은 향신료나 약으로도 사용해 왔는데 공통적으로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혹자는 이들 식물도 많이 먹으면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엄청난 양이 아닌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프롤을 함유한 향신료 중 후추를 70℃ 물에 30분 정도 씻은 후 건조시키거나 혹은 햇빛에 말리면 확실하게 줄어든다는 연구보고가 있고 육계의 경우는 끓는 물에 차로 끓인 경우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는 연구내용이 있다. 한약으로 많이 사용하는 세신의 경우도 20~30분 정도 끓이면 사프롤의 95% 정도가 휘발된다고 한다. 사프롤은 휘발성 성분이기 때문이다.

생강의 사프롤은 신선한 상태에서는 미량이지만 썩게 되면 늘어난다. 썩은 생강에 관한 연구는 없지만 이 경우도 끓이거나 데쳐서 건조, 햇빛에 말리는 경우라면 사프롤의 함량이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 해도 썩은 생강은 아예 버려야 한다. 바로 곰팡이 독소 때문이다.

생강은 썩으면 곰팡이가 잘 생긴다. 문제는 생강에 생기는 곰팡이는 아플라톡신 등의 독성물질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특히 ‘아플라톡신 B1’은 인체에 들어가면 발암물질로 작용해서 간암을 유발한다. 아플라톡신은 생강뿐 아니라 옥수수, 땅콩, 아몬드 등도 곰팡이가 피면 쉽게 만들어지는 독성물질이다. 1960년 영국에서 곰팡이가 핀 땅콩을 먹인 칠면조 새끼 10만 마리가 폐사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때 원인으로 찾아낸 것인 바로 아플라톡신이라는 곰팡이 독소였다.

생강은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곰팡이를 씻어낸다 하더라도 먹어서는 안 된다. 사프롤도 마찬가지지만 생강은 섬유조직이 많아 곰팡이 독소는 섬유조직을 타고 멀쩡하게 보이는 생강 여기저기 골고루 퍼져있기 때문이다. 아플라톡신은 열에도 강해서 끓여도 분해되지 않는다. 아플라톡신은 현재 1군 발암물질 분류돼 있다.

여름에 생강을 먹으면 의사가 약방문을 열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다. 여름뿐 아니라 생강은 사시사철 도움이 되는 식재료이자 약이다. 하지만 지난해의 생강을 막바지에 먹어야 하는 여름철 생강은 상하기 쉽게 때문에 조심해야한다. 썩은 생강을 아깝다고 먹었다가는 인생까지 아까워질 수 있다. 썩은 생강은 아까워하지 말고 그냥 버려야 한다. 썩은 생강은 나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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