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색깔에 따라 맛과 영양분이 다를까
달걀 색깔에 따라 맛과 영양분이 다를까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gamchoo@hanmail.net)
  • 승인 2016.06.29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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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계’라는 닭고기를 처음으로 맛볼 기회가 있었다. 청계는 깃털이 푸르스름해서이기도 하지만 파란 달걀을 낳아 지어진 이름으로 보통 청란계라고 한다. 달걀이 흰색이나 갈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 파란 달걀도 있었다. 과거에는 흰색달걀도 많았는데 지금은 시중에 갈색달걀만 눈에 띈다. 과연 달걀은 색깔에 따라 맛과 영양소에 차이가 있을까.

달걀의 가장 흔한 색은 흰색과 갈색이다. 일반적으로 흰 닭은 하얀 달걀을 낳고 붉은색 닭은 갈색달걀을 낳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깃털보다는 귓불의 색이 더 관련성이 크다고 한다. 닭을 자세히 보면 귓불이 있는데 흰색 귓불의 닭은 흰색달걀, 붉은색 귓불의 닭은 갈색달걀을 낳는다. 흑계도 마찬가지다. 귓불로 판단했을 때 정확도는 약 75%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달걀색을 결정짓는 가장 정확한 것은 유전적인 특징에 따른 것이다. 최근 국내연구진은 시중의 파란달걀이 파란색 전이유전자(SLCO1B3)에 의한 것임을 밝혀냈다. 몇 년 전 해외토픽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보라색달걀을 낳는 닭이 소개됐는데 이 또한 유전적인 돌연변이에 의해서일 것이다.

한동하 원장

항간에는 갈색달걀이 더 좋다 혹은 흰색달걀이 더 맛있다는 등의 의견들이 많다. 하지만 달걀색은 달걀품질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한다. 맛과 영양측면에서도 거의 비슷하다. 맛은 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먹이에 의해 결정된다. 먹이는 달걀노른자의 색에도 영향을 미친다. 껍질을 깐 상태에서는 어느 색의 달걀인지 구분이 불가능하다.

껍질의 두께도 흰색과 갈색달걀이 서로 비슷하다. 만일 어느 한 달걀껍질이 보다 단단한 느낌이었다면 이는 닭의 나이와 관련있다. 영계는 좀 더 단단한 껍질의 달걀을, 노계는 얇은 달걀껍질의 알을 낳는다.

차이점도 몇 가지 있다. 바로 비린내다. 달걀의 비린내는 바로 노른자 위의 황성분 때문이다. 신선할수록 비린내가 적다. 특히 갈색달걀이 흰색에 비해 비린내가 심하다. 사료 중 곡물(콜린성분) 등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생선비린내를 풍기는 트리메틸아민이라는 성분이 만들어지는데 다른 품종은 소장에서 분해되지만 갈색달걀을 낳는 품종은 분해되지 않고 달걀에까지 축적되기 때문이다. 어분사료를 많이 먹여도 비린내가 심해진다.

외국에서는 흰색보다 갈색달걀이 약간 비싸게 팔린다. 하지만 이는 더 좋아서가 아니라 갈색달걀을 낳은 닭(붉은 귓불)이 흰색달걀을 낳은 품종(흰색 귓불)보다 덩치가 커 사료를 약 10% 정도 많이 먹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그 비용이 고스란히 갈색달걀에 전가된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흰색달걀의 공급량이 없어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모르겠다.

국내에서는 70년대 들어 갈색달걀이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흰색달걀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갈색은 황금만능주의와 맞물리면서 더 강하고 건강하게 보여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고 반대로 흰색달걀은 이물질이 묻거나 실금이 생기면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회피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하지만 맛이나 영양측면에서 보면 흰색달걀이 굳이 사라질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달걀품질은 자연방목이냐 축사사육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유기농여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품종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동의보감에도 황계나 오계가 낳은 달걀은 약성이 좋다고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닭의 종류나 색깔보다는 먹이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칭 최고의 달걀전문가라는 어느 분의 말대로 ‘달걀은 단지 달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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