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장어는 정말 정력에 좋은 보양식일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장어는 정말 정력에 좋은 보양식일까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6.07.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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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는 대표적인 보양식 중 하나다. 보양(保養)은 ‘몸을 편안하게 해 건강을 잘 돌봄’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동시에 양기를 보한다는 ‘補陽(보양)’의 중의적 의미도 있다. 정말 장어는 정력에 도움이 될까.

길어서 장어(長魚)이고 뱀처럼 생겨 뱀장어라고 한다. 한의서에는 뱀장어를 만려어(鰻鱺魚)라고 했다. 장어전문집에서 볼 수 있는 ‘만(鰻)’이라는 한자가 바로 ‘뱀장어 만’자다. 한의서에는 대체로 기운은 평이하거나 약간 서늘하면서 차다고도 했다. 따뜻하다고 기록한 서적도 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뱀장어는 허로를 보하고 치질, 궤양 등 상처회복에 효과가 있으며 폐결핵 같은 만성소모성질환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 전음(前陰;생식기) 편에는 ‘양을 일으키고(起陽;기양) 양념을 해서 먹으면 몸을 잘 보한다’고 했다. 남성 성기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바다장어는 해만(海鰻)이라고 했는데 민물장어와 효능은 같다고 했다.

만일 장어가 정력에 도움이 된다면 바로 오메가3지방산, 비타민A(레티놀)와 뮤신 등의 영양성분 때문일 것이다. 모두 혈관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들이다. 특히 뮤신은 당단백질의 일종으로 천연복합물질인 콘드로이친을 함유하고 있어 장어를 미끌거리게 하는 성분이다. 장어 외에도 낙지, 미꾸라지, 메기, 달팽이, 개불 등에도 있다. 사실 장어가 정력에 좋은 정도는 이들의 효능과 비슷할 것이다.

입담이 좋은 호사가들은 만(鰻)자를 ‘하루[日]에 4번[四] 먹고도 또[又] 먹고 싶은 물고기[魚]’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심지어 ‘하루에 성관계를 4번 하고서도 또 할 수 있게 하는 물고기’라고도 해석한다. 하지만 이것은 보양(補陽)효과를 과장하는 허풍일 뿐이다. 사실 ‘鰻’자는 맛이나 정력을 나타내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길게 늘어져 있는 모양의 물고기’를 뜻한다.

장어꼬리를 갖고 다툴 필요도 없다. 장어꼬리는 영양학적으로나 효능 면에서 몸통과 별 차이가 없다. 꼬리가 정력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소주에 타서 마시는 장어쓸개즙도 마찬가지다.

장어쓸개즙에는 이담작용이 없다. 이담작용을 나타내는 담즙산의 일종인 우루소데옥시콜린산성분은 사람과 곰, 오소리 등 몇몇 포유류에만 있을 뿐 어류의 쓸개즙에는 없는 성분이다. 당연히 피로회복효과도 없다. 단 유화작용으로 장어기름의 소화, 흡수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간혹 민물고기의 쓸개즙까지 먹는 경우가 있는데 붕어나 잉어 등의 씁개즙에는 독성물질이 있어 먹어서는 안 된다. 끓여도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붕어나 잉어죽을 만들 때 쓸개는 반드시 떼서 버려야한다.

일부에서는 정력에 좋다면서 장어피를 소주에 따서 마시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장어 피에는 이크티오헤모톡신이라는 독성물질이 있어 날로 먹으면 구역감, 설사, 호흡곤란 등을 일으킨다. 붕장어의 혈액에도 같은 독소가 있어 회로 먹을 때 핏기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익힌 것은 문제가 없다.

한의서에는 평소 소화기가 약하고 설사하는 경우 뱀장어를 먹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경우에는 생강채와 깻잎을 곁들이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복숭아나 은행은 장어와 서로 상극으로 소화에 방해되기 때문에 함께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어쩌다 한번 먹을 수 있는 장어로 활력을 찾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인들은 과거와 달리 고단백·고지방·고콜레스테롤 함유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다. 요즘은 어쩌면 보양식을 덜 먹는 것이 정력을 강화시키는데 더욱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장어를 아무리 챙겨 먹어도 장어처럼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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