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속 대추에 대한 오해와 진실
삼계탕 속 대추에 대한 오해와 진실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6.08.0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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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맞아 삼계탕을 찾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삼계탕에 들어간 대추에는 독성이 있어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이 한동안 회자된 적이 있다. 이미 잘못된 속설로 밝혀졌지만 아직도 대추에 대한 오해가 많다. 왜 유독 삼계탕에 들어가는 대추만 구설수에 오른 것일까.

대추는 대추나무 열매로 크고[大] 가시[棗]가 많아 한자로 대조(大棗)라고 불렀다. 동의보감에는 ‘췌장을 보하고 오장을 튼튼하게 하면서 의지를 강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약방의 감초는 많이들 알고 있는데 대추도 감초만큼이나 흔히 쓰인다는 것은 잘 모른다. 대추는 생강과 함께 강삼조이(薑三棗二 : 생강 세 쪽, 대추 두 개)라는 이름으로 처방되는데 다른 약성의 기운을 조화롭게 하고 독성이 있는 약재를 해독하는 역할을 한다.

신농본초경과 동의보감에는 ‘대추는 백약을 조화롭게 한다(和百藥)’고 했고 식료본초에는 ‘백약의 독을 조화롭게 한다(和百藥毒)’며 구체적으로 독을 해독한다고 했다. 약대(藥對)나 본초강목에서는 ‘오두, 부자, 천웅 등의 독을 제거한다’고 했다. 대추에는 독성제거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감초처럼 대추의 해독작용도 ‘단맛’에 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항간에 대추가 중금속을 흡착하는 성질이 강해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었다. 사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물성 식재료들은 어느 정도 중금속을 흡착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국이나 탕에 들어가는 배춧잎, 시래기, 미나리, 미역 등도 그렇고 섬유질이 많은 현미(쌀겨), 밀기울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식품은 특히 카드늄이나 납 등 양이온 중금속과 결합하는 성질이 강하다.

하지만 중금속은 식이섬유에 달라붙어 장까지 도달하며 오히려 장내의 기타 노폐물을 흡착해 모두 밖으로 빠져 나간다. 먹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또 대추는 해독작용이 있어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삼계탕에는 해독할 만한 식재료도 없거니와 설령 독성이 있는 재료가 있어도 대추가 독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완화시키는 개념이기 때문에 먹어도 문제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성분이 남아 있는 양 굳이 일부러 먹을 필요도 없다. 대추에 포함된 다양한 유효성분은 이미 몇 시간 동안 끓여지면서 국물 속에 모두 우러나 있기 때문이다. 인삼도 마찬가지다. 단지 식이섬유를 섭취할 목적이라면 먹어도 된다.

대추씨에는 독성이 있어 빼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것도 오해다. 본초강목에는 ‘불에 구워 약으로 사용하는데 맛이 쓰고 성질이 평이하며 독이 없다’고 했다. 반면 복통이나 인후부의 궤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탕에 넣는 대추씨는 굳이 제거할 필요가 없다.

대추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한 번 쪼개  넣어야 한다. 모든 한의서에는 대추를 탕약에 넣을 때는 ‘벽지(擘之 : 손으로 쪼개서 가르다)하라’고 기록돼 있다. 아니면 대추의 단단한 섬유소(셀룰로스) 껍질 때문에 유효성분이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고 효과도 떨어진다. 손가락으로 일일이 쪼개기 어렵다면 가볍게 칼집을 내는 것도 좋다.

대추는 습(濕)을 조장하기 때문에 습이 많고 속이 더부룩한 경우 많이 먹지 않아야한다. 비만이면서 땀과 열이 많은 체질에 해당한다. 또 이유 없이 빈번하게 대추를 먹으면 이를 상하게 하고 노랗게 만든다고 했다. 높은 당도 때문일 것이다. 생대추를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 오르고 복통이 유발되기 때문에 잘 익은 것을 말려서 사용하라고 했다.

약밥이나 돼지갈비찜에도 대추가 들어가는데 유독 삼계탕 속의 대추만 문제 삼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날이면 대추차를 마셔보자. 대추고도 좋다.

대추는 안신작용이 있어 심장두근거림이나 불안증상, 여성의 히스테리, 짜증을 줄여주고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 안 그래도 불쾌지수 높은 여름날 애꿎은 대추는 놔두고 차라리 삼계탕이 맞는 체질인지를 고민하는 편이 낫다. 삼계탕 속 대추는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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