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이별할 때 가져야할 우리의 자세
반려동물과 이별할 때 가져야할 우리의 자세
  • 헬스경향 방배한강동물병원 유경근 원장
  • 승인 2016.11.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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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과 동물영양학 등이 발전하면서 반려동물의 기대수명도 점점 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생명은 당연히 끝이 있다.

필자는 늘 보호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동물을 처음 키우는 순간 우선 15년 이상을 함께 지낸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한다고. 이와 함께 15년이 지나면 사랑스러운 동물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특히 이러한 순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수시로 교육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유경근 방배한강동물병원 원장

지금은 고립과 상실의 시대다. 1~2인 가족이 전체가구의 절반을 넘어섰고 한 울타리에 있어도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하며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다. 아마도 그 간극을 반려동물이 채우는 듯하다.

현재 5가구 중 1가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개인의 상실감과 고독을 누구보다 편하게 위로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려견은 유형성숙(neoteny)을 한다. 즉 신체는 성장하지만 행동양식은 어릴 때 모습 그대로 평생을 산다.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사실상 어려운 데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기처럼 행동한다. 반려견이 늘 사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존재를 영영 떠나보내는 심정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많은 사람이 반려견을 떠나보낼 때 마치 자식을 잃은 듯한 상실감과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2012년 부산에서는 반려견의 죽음을 견디지 못한 여성이 자살하는 일도 발생했다.

동물의 삶과 함께 하는 필자는 이별의 현장을 늘 접하게 된다. 특히 2000년 이후 급격히 늘여난 반려동물이 최근 들어 수명을 다하면서 이별의 순간이 더욱 잦아졌다.

헤어짐은 슬픔을 너머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마지막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생명의 끈을 놓지 못하다가 보호자가 면회 와서 이름을 부르는 순간 숨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까지 보호자를 생각하는 반려견을 보면서 슬픔을 넘어 숭고함까지 느끼곤 한다.

많은 보호자들이 동물을 떠나보낼 때 슬픔과 함께 죄책감을 호소한다. 반려동물에게 충분히 사랑을 줬는지에 대한 자문이다. 그때마다 필자는 동물이 보호자를 보면서 좋아했던 순간을 떠올리라고 말한다.

또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슬픔과 고통을 이해할 만한 주변인과 함께 대화하기를 권한다. 단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반려동물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피해야한다.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담당수의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의사는 마음을 치유하는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분명히 한계가 있다. 고통의 기간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그밖에 반려동물동호회에서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거나 반려동물의 죽음을 다룬 책을 읽어보는 것도 마음을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혹시라도 적극적으로 활동할 여력이 있다면 유기동물 봉사활동을 권한다. 슬픔을 가장 긍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길이다. 다른 동물을 다시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단 다시 키운다면 품종이나 성별이 다른 동물을 키우기를 권한다. 새로운 동물에게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다.

2년여 전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칼럼을 시작하면서 “여러분은 동물로 인해 행복하신가요? 그리고 여러분의 동물은 행복한가요?” 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앞으로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한 삶을 살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그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다 보니 어느 새 이만큼 시간이 흘렀다.

그간의 연재를 마친 이 시점에서 다시 묻고 싶다. 지금 여러분의 반려동물은 행복한지.

※ 유경근 방배한강동물병원 원장님이 칼럼을 연재하신지 어느덧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기고일자에 맞춰 ‘반려동물 건강이야기’를 연재해주신 원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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