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나이 많아지면 작은 ‘행동변화’에도 주목해야
고양이 나이 많아지면 작은 ‘행동변화’에도 주목해야
  • 헬스경향 이진수동물병원 이진수 원장
  • 승인 2016.11.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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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칼럼을 시작하면서부터 개와는 다른 고양이의 본성, 정상행동을 이해해야하고 고양이의 눈높이에서 충분히 바라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마침 지난 3일에서 6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고양이임상가협회’의 고양이학회가 있었는데 학회 주제 중 하나가 ‘고양이 행동학’이었다. 앞으로 수회에 걸쳐 북미, 유럽의 고양이 행동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몇 가지 도움 될 만한 고양이 행동학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양질의 식이, 수의학발전 등으로 고양이의 수명은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 하지만 삶의 질을 유지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특히 노령고양이에 대한 보호자의 역할아 더욱 강조돼야한다.

즉 노령고양이의 건강상태와 행동학적 변화를 긴밀히 관찰하고 작은 이상이라도 발견되면 즉시 수의사의 자문을 구해야한다. 노령고양이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지침을 소개한다.

먼저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고양이의 행동학적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행동학적 변화는 대부분 증상보다 선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청력 및 시력저하, 통증, 인지기능장애 등에 있어서는 행동학적 변화가 유일한 단서일 수 있다. 고양이 행동에 있어 어떠한 변화라도 확인된다면 수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질병조기진단이 가능할 수 있다.

많은 질환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치유하거나 관리할 수 있으며 적어도 질병의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복합증이 발현되기 전 질병초기부터 치료와 관리가 이뤄져야한다.

예를 들어 만성신장병의 경우 조기발견 시에는 식이조절만으로도 질병의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신장병이 이미 진행된 후 발견한다면 신장기능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당뇨도 마찬가지. 조기발견 후 치료한다면 거의 완치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영구적인 당뇨로 남아 평생 인슐린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양이에서도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핵심임을 명심해야한다.

노령고양이에서도 사람의 알츠하이머병에서 보이는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난다. 증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시 말해 시공간에 대한 인지변화, 방향감각소실, 과도한 울음, 가족구성원과의 상호관계변화, 밤에 자지 않는 등 수면주기변화, 배뇨와 배변을 가리지 못하고 정처 없이 서성거리면서 불안해하는 등 행동학적 변화가 하루에도 여러 번 나타난다.

인지기능장애를 확인했다면 집안환경을 바꾸고 식이교체 또는 보조제 등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질병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상당히 진행된 경우라면 뇌손상은 되돌릴 수 없다.

또 하나 고려할 부분은 뇌의 퇴행성질환이 아닌 다른 질환에 의해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초기에 충분한 검사와 진단을 통해 이를 배제해야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 지방간 및 담관간염의 경우 혈중암모니아수치를 높여 이상행동을 보일 수 있지만 초기에 이를 확인한다면 완전히 정상으로 돌릴 수 있다.

지금까지 필자의 칼럼을 정독한 독자는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인지기능장애에서 보일 수 있는 행동변화는 통증에 의해 나타나는 변화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예를 들어 개와 달리 고양이는 골관절염이 있어 발을 절기보다는 다른 행동변화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증이 있을 때 나타나는 행동학적 변화는 그루밍빈도가 줄고 예전에는 잘 올라갔던 높은 곳으로 점프를 하지 못하며 아무 곳에서나 배뇨·배변을 하고 자는 자세 또는 배뇨·배변자세가 바뀐다. 또 손으로 몸을 어루만지는 것을 싫어하며 다른 고양이와 노는 시간이 줄고 공격성이 증가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인지기능장애의 증상과 상당히 닮아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이야말로 약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원인을 초기에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령묘에 있어서는 질병의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 작은 행동학적 변화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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