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이 바다의 ‘인삼’으로 불리는 이유
‘해삼’이 바다의 ‘인삼’으로 불리는 이유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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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삼은 독특한 식감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해산물이다. 날로도 많이 먹지만 말린 해삼은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최고의 식재료다. 이름 또한 ‘삼’이라고 해서 허풍을 떨면서 먹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붉은 해삼은 ‘홍삼’이라고도 부른다. 실제로 해삼이라는 이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해삼은 예로부터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쥐처럼 밤에만 돌아다닌다고 해서 해서(海鼠), 모양이 남자생식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해남자(海男子), 바닥에 사는 고깃덩이라는 의미의 토육(土肉), 검은 벌레라는 뜻의 흑충(黑蟲), 모래 위에서 물을 뿜어낸다고 해서 사손(沙噀) 등으로 기록됐다. 서양에서는 오이처럼 생겼다고 ‘sea cucumber’라고 부른다. 역시 해과(海瓜)라는 한자이름도 있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해삼(海參)이라는 단어는 명나라 말기의 수필집인 ‘오잡조’(1600년 전후)에 처음 나온다. ‘해삼은 성질이 따뜻하고 보하는 효능이 있는데 충분히 인삼과 필적할만해 해삼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국내에서는 ‘자산어보’(1814년)에 최초로 기록됐는데 ‘섭계의 임증지남약방(臨證指南藥方)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대체로 해삼의 이용은 우리나라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임증지남약방은 청나라 의학서인 임증지남의안(臨證指南醫案)을 말한다. 이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 이전부터 매우 흔히 먹어왔지만 해삼이라는 이름은 중국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최고의 약초로 꼽힌 것이 인삼이니만큼 그만한 효과가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름이 바로 해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사실은 인삼처럼 해삼에도 사포닌이 함유돼 있다는 것이다.

1950년대 최초로 해삼으로부터 사포닌이 분리됐다. 해삼의 사포닌은 홀로톡신(holotoxin) 또는 홀로수린(holothurin)이라고 부른다. 이후에는 불가사리와 해면동물에서도 만들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포닌은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2차 대사산물인 트리터펜 배당체다.

따라서 어항에 해삼을 넣어두면 물고기가 죽는다. 이는 사포닌의 독성 때문이다. 적정량을 먹으면 우리 몸에서 용혈, 항암, 항염증, 항진균, 항균, 항바이러스작용 등의 약리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참고로 세계 1200여 종의 해삼 중 식용해삼은 독성이 적은 20여 종이다.

사실 해삼에 사포닌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고 ‘삼’자를 붙인 것은 아니다. 사포닌은 다양한 고등식물에 흔히 분포돼 있는 성분으로 구조는 조금씩 다르다. 길경(桔梗), 갈근(葛根), 오가피(五加皮) 등에도 사포닌이 포함돼 있지만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삼자가 붙은 이름 중 사삼(沙蔘), 현삼(玄蔘), 만삼(蔓蔘=당삼)에는 사포닌이 포함돼 있고 고삼(苦蔘), 단삼(丹蔘) 등에는 사포닌이 없다. 이를 보면 효능보다는 모양이 비슷한 것을 기준으로 삼이라고 불렀음을 알 수 있다.

해삼(海參)과 인삼(人蔘)의 한자어는 서로 다르다. 해삼의 ‘삼’자에는 풀 초(艹)변이 없다. 삼이라고는 불렀지만 식물과 구분짓고 있다. 실제로 과거 모든 서적을 보면 ‘海參’으로 적고 있다. 최근 출간된 서적이나 인터넷에서는 대부분 ‘해삼(海蔘)’으로 표기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그나저나 해삼에 사포닌이 들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사실이다. 해삼을 바다의 인삼이라고 부르게 된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던 것이다. 과거에도 생존이나 맛보다는 건강을 위해 먹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해삼의 가치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오랜만에 해삼을 한번 음미해봐야겠다. 정말 인삼처럼 씁쓸한 건강함이 느껴지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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