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리아쓸개 무분별하게 먹으면 부작용우려↑
뉴트리아쓸개 무분별하게 먹으면 부작용우려↑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2.08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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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트리아의 쓸개즙에서 웅담성분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대서특필됐다. 뉴트리아는 생태계파괴의 주범으로 낙인이 찍혀 이리저리 쫒기는 신세에서 갑자기 귀한 대접을 받으니 어리둥절할 것 같다. 하지만 뉴트리아쓸개즙을 무분별하게 먹어서는 안 된다. 특히 건강한 사람은 더욱 그렇다.

뉴트리아(nutria)는 쥐목(설치목)에 속하는 포유류다. 우리말로 ‘늪너구리’가 정식명칭이다. 중국에서는 ‘하리서(河狸鼠)’ 또는 ‘해리서(海狸鼠)’라고 부른다. 리(狸)는 너구리, 서(鼠)는 쥐를 의미한다. 한때 모피나 육류의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았을 때는 ‘민물물개’로 불린 적도 있다.

뉴트리아에서 웅담성분이 발견됐다는 것은 바로 ‘우르소데옥시콜산(ursodeoxycholic acid, UDCA)’ 때문이다. 줄여서 UDCA라고 하는데 곰의 쓸개즙을 이루는 담즙산 중 하나다. 웅담이 659년 저술된 ‘신수본초’에 처음 기록된 것을 보면 약으로 사용된 역사는 이미 1300년이 넘는다. TV광고에서 차두리가 “간 때문이야!”라고 외쳤던 의약품도 UDCA함유제품이다. 이미 1957년 화학합성을 성공해 의약품원료로 합성UDCA가 사용되고 있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웅담의 UDCA성분은 인간의 담즙산 구성성분이면서도 오소리, 기니피그 같은 포유류에서 발견됐다. 곰은 종류에 따라 대략 6~39% 정도로 함량이 각각 다르다. 너구리과인 팬더에는 없다. 오소리에는 약 4.5%, 기니피그에는 3~13% 정도 포함돼 있다. 인간의 경우 5% 정도다.

이번 국내연구결과 뉴트리아에도 43.8% 정도가 포함돼 있었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는 개체 1마리에 포함된 담즙산 중 UDCA비율로 뉴트리아 15마리 정도면 곰 한 마리의 쓸개즙에 포함된 UDCA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왜 UDCA는 일부포유류에만 존재할까. 필자의 소견으로는 겨울잠과 관련 있어 보인다. 곰과 오소리는 겨울잠을 자는 대표적인 포유류다. 겨울잠을 자면서 소변을 통해 배출하지 못한 요독성분을 해독하기 위해 UDCA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쥐목에 속하는 기니피그도 겨울잠을 잔다. 팬더는 겨울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UDCA가 필요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뉴트리아나 인간도 과거에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소변배출만으로는 독성분제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에 간에서 해독능력을 키웠을 수 있다.

뉴트리아에서의 UDCA 발견이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최초일 뿐이다. 이미 1982년 미국 뉴저지의과대학 연구팀에 의해 ‘뉴트리아;UDCA를 합성하는 동물모델’이라는 내용이 간질환전문 국제학술지인 ‘Hepatology’지에 처음으로 발표됐다(Hepatology. 1982;2:681).

이미 발견 후 30여년이 지난 상황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호들갑은 우리만의 독특한 보신문화와 관련이 커 보인다. 하지만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야생뉴트리아의 쓸개즙을 무분별하게 생즙이나 술에 넣어 먹는 것은 감염우려가 있어 주의해야한다.

게다가 UDCA는 간질환치료제로 사용된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정상적으로 담즙을 분비하는 건강한 사람이 UDCA를 일시적 고용량 또는 장기간 소량섭취할 경우 설사, 소화성궤양, 피부가려움증 등의 부작용이 있다. 심지어 면역체계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담석이 있는 경우도 자의적 섭취는 안 된다. 세계적으로 고용량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언론에서 뉴트리아쓸개를 웅담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도 문제다. 마치 섭취를 강요하고 부작용을 부채질하는 꼴이다. 괴물쥐라고 잡아 죽이더니 이제는 어르고 달래면서 쓸개까지 꺼내 먹을 참이다. 뉴트리아가 쓸개즙 때문에 이래저래 또 다른 수난의 시대를 맞고 있다. 웅담처럼 뉴트리아쓸개도 보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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