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륵’ 소리, 병든 장(腸)의 울음일 수 있다
‘꼬르륵’ 소리, 병든 장(腸)의 울음일 수 있다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2.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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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안이나 여럿이 모인 조용한 곳. 간혹 뱃속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면 민망하기 그지 없다. 배가 고파서일 수도 있고 이미 식사했는데도 소리 나는 경우가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 같아도 원인에 따라 배에서 나는 소리도 달라진다. 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장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장의 소리는 소장과 대장에서 만들어진다. 장의 연동운동에 의해 음식물과 수분, 공기가 섞여 빠져나가면서 소리 나게 된다. 마치 물이 빈 파이프를 통과할 때 나는 소리와 같다. 장에서 나는 소리는 소화과정에서 생기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소위 ‘뱃속 시계’라는 말이 있다. 배고플 때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가 그것이다. 이는 뇌의 시상하부나 위에서 분비되는 그렐린 같은 호르몬이 위장의 평활근을 수축시킨 결과다.

음식물을 받아들일 분비를 하면서 장운동이 활발해지고 이때 배고픔을 느끼면서 소리가 난다. 자신은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사람들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한때 금식했다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식사해야한다는 1일1식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배고프지 않아도 일정시간이 되면 식사하고 과식하는 경우가 많은 현대인에게는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장에서 나는 소리가 모두 건강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배에서 단지 소리만 나는 경우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하지만 심한 방귀, 오심구토, 복통, 잦은 설사나 심한 변비, 혈변, 소화불량, 식욕부진, 복부팽만감, 갑작스러운 체중저하 등이 동반된다면 문제가 있다. 단순소화불량에서 위하수, 과민성장증후군, 심각하게는 장폐색이나 대장암 등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에서 나는 소리를 한의학에서는 장이 운다고 해서 장명(腸鳴), 또는 배가 운다고 해서 복명(腹鳴)이나 복중명(腹中鳴)이라고 표현했다. 물이 출렁거리듯이 나는 경우 복중수명(腹中水鳴)이나 진수음(振水音)이라고도 했다. 식욕부진, 소화불량, 복통,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는 치료대상으로 삼았다. 대부분 위장이나 대장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질병에 의한 경우 그 질병이 치료되면 줄어든다.

배에서 소리가 너무 크게 나거나 반대로 소리가 전혀 안 나는 경우도 문제다. 너무 크게 들리면 위하수, 소화성궤양, 장염, 과민성장증후군 등일 확률이 높다. 조용한 상황에서라면 민망할 정도로 꼬르륵거린다.

장폐색의 경우는 매우 큰 소리가 난다. 대부분 소리가 커서 걱정이다. 만일 소리가 잘 안 들린다면 장마비와 관련된 심각한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청진해도 장음이 들리지 않는 경우 응급상황일 수 있다.

생리적이라도 인간관계에 있어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 찬 음식, 과일, 통곡물, 콩종류, 인공감미료, 탄산음료 등의 섭취를 줄이면 도움이 된다. 우유를 먹고 설사하는 경우 유제품섭취도 주의해야한다. 식사 시 말을 많이 하는 경우, 빨대로 음료수를 마시거나 껌을 씹는 것도 장의 소리를 키울 수 있다. 변비나 설사를 동반한다면 유산균제제도 도움이 된다.

배에서 나는 소리는 본인에게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너무 당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는 장이 건강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장에 병이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장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하거나 혹은 다른 증상을 동반한다면 이는 주인에게 아픔을 호소하는 장의 신음소리일 수 있다. 장명(腸鳴)은 장의 울음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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