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데칠 때 넣는 소금과 식초의 차이
봄나물 데칠 때 넣는 소금과 식초의 차이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3.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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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다양한 봄나물이 식탁을 채운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한 번 데치거나 말린 상태로 구입한 것은 별 걱정이 없다. 하지만 산이나 들에서 직접 봄나물을 캐 요리할 때는 주의해야한다. 봄나물로 인해 자칫 식중독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봄나물의 독성은 질소를 함유한 염기성 유기화합물로 알칼로이드라고 부른다. 소량이면 동물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종류에 따라 동물이나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조상들은 대부분 나물을 생으로 먹지 않고 한 번 데치거나 삶아 먹었고 가을철 나물은 같은 과정을 거쳐 말려뒀다가 겨우내 먹었다. 보통 맹물을 이용하지만 간혹 소금물이나 식초를 넣기도 한다. 하지만 소금과 식초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알칼로이드에 함유된 독성분은 염기성화합물로 산성용액에는 잘 녹지만 염기용액에는 잘 녹지 않는다. 식초는 산성용액이고 소금물은 염기용액이기 때문에 식초가 독성제거에 더욱 효과적이다.

하지만 식초 같은 산성용액을 제외하면 에탄올 등의 유기용매에는 잘 녹지 않는다. 식초물이 아니라면 그냥 물을 쓰는 것이 낫다. 알칼로이드 독성분은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에 몇 시간만 담가둬도 쉽게 녹는다.

물 대신 쌀뜨물을 이용해도 좋다. 쌀뜨물은 흡착력이 좋아 잡냄새를 내는 이물질이나 독성물질을 쉽게 제거한다. 토란처럼 독성이 강한 경우 쌀뜨물에 된장을 약간 풀어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수치법을 보면 부자나 초오처럼 독성이 강한 약재는 감초와 검은콩 끓인 물에 삶으라고 했는데 이는 콩의 해독작용을 이용한 것이다.

나물을 삶거나 데칠 때 소금을 넣으면 또 다른 이점이 있다. 바로 녹색나물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소금의 나트륨과 나물 속 엽록소(클로로필)의 마그네슘이온이 치환되면서 푸른색이 더욱 선명해진다. 이때 소금물의 농도는 1~2%가 적당하다.

식초를 넣어 데치면 당황스럽게도 채소의 녹색이 녹황색으로 변한다. 엽록소는 pH6.5 이하의 산성상태에서 마그네슘이온이 수소이온에 의해 분자구조가 변화돼 황갈색이 된다. 이를 보통 페오피틴(pheophytin)이라고 한다.

콩나물이나 도라지처럼 흰색을 띠는 경우 더욱 하얗게 삶아진다. 식초첨가비율은 약 3% 정도면 적당하다. 대략 물 1L에 양조식초 30mL 정도의 비율로 넣으면 된다. 식초는 나물류의 효소작용을 억제해 비타민C 파괴도 막아준다.

소금과 식초는 나물의 질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다 부드럽게 하려면 소금을 첨가해보자. 고구마순, 미나리, 무청 등은 소금을 넣고 데치면 좋다. 반면 식초는 팩틴을 안정화시켜 단단해지기 때문에 씹을 때 질감이 좋아진다. 따라서 콩나물, 연근, 우엉 등을 데칠 때 식초를 약간 넣으면 아삭거리는 식감을 살릴 수 있다.

만일 독성 때문이 아니라 나물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데치는 것이라면 데친 물을 국이나 찌개에 재사용해야한다. 다양한 생리활성물질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두릅, 고사리, 토란줄기, 머위대, 다래순 등을 데친 물은 독성이 있어 버려야하고 곤드레나 시래기 삶은 물, 미나리 데친 물 등은 버리지 않고 재사용한다.

독성이 강해 절대 먹지 말아야할 식물도 있다. 특히 식용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독초가 있어 더욱 주의해야한다. 동의나물(동이나물), 삿갓나물은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먹어서는 안 되는 독초다. 이밖에도 박새, 지리강활(개당귀)도 독초로 잘못 먹으면 죽을 수 있다.

봄나물을 어린 순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특히 나물이나 약초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함부로 야생에서 채취해 먹지 말아야한다. 봄나물은 알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는 반찬이지만 모르면 독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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