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삶 좌우하는 ‘중성화수술’
반려동물의 삶 좌우하는 ‘중성화수술’
  • 헬스경향 VIP동물의료센터 이동현 원장
  • 승인 2017.03.0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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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울 때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것이 ‘중성화수술’이다. 수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용기 내지 못하는 보호자를 많이 봤지만 중성화수술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긍정적이다.

반려동물의 자연스러운 생식능력을 사람의 욕심으로 빼앗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보호자도 많은데 반려동물의 2세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중성화수술을 하는 편이 반려동물의 삶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이동현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하지만 중성화수술에도 장단점이 있다. 수술여부는 보호자의 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장단점을 제대로 알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의사로서 느끼는 암컷 중성화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질병예방이다. 중성화하지 않은 노령의 암컷 반려견이 구토와 식욕부진으로 병원에 오면 꼭 머릿속을 스치는 질병이 있다. 바로 ‘자궁축농증’이다. 이 질병은 자궁이 세균에 감염돼 염증물질(농)이 차면서 발생한다.

치료방법은 난소와 자궁을 제거하는 중성화수술이다. 자궁입구가 열려 있는 경우 항생제 등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단지 시간을 버는 것일 뿐 결국 수술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중성화수술과 자궁축농증수술은 너무도 다르다. 제때 중성화시켰다면 마취위험성 정도만 경험하면 됐을 일이 목숨을 걸어야하는 큰 사건이 될 수 있다.

유선종양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생리 전 중성화수술을 하면 99% 이상 예방할 수 있지만 적정시기를 놓쳐 발정기가 2~3번 지나고 나면 이후 중성화수술을 해도 유선종양발생을 막을 수는 없다. 유선종양은 안타깝게도 35~50%에서 악성종양이 의심된다.

물론 이와 대치되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성화수술을 했을 때 비만이나 혈관, 갑상선관련 질병의 발생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들이다. 하지만 혈관이나 갑상선관련 질병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접하게 되는 자궁축농증, 유선종양과 비교했을 때 그 중요성은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수컷의 중성화수술을 찬성하는 이유는 행동학에 있다.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은 수컷의 표시행동은 훈련으로 교정하기 어렵다. 집안에서나 다른 동물이 있는 곳에서 보이는 표시행동, 발정행동 등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고양이의 경우 암컷, 수컷 모두 발정기에 보호자가 참기 힘든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조용히 넘어가는 고양이도 있지만 중성화수술에 회의적인 보호자조차 발정기의 고양이가 내는 울음을 직접 경험하고 나면 최대한 빨리 수술해달라고 요청한다.

중성화수술에 대해 고민할 때 한 가지 더 염두에 둘 사항이 있다. 바로 유기견, 유기묘문제다. 좋은 보호자를 만나 평생 즐겁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반려동물도 있지만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고통받다가 안락사라는 잔혹한 운명에 처하는 반려동물도 있다.

보호자의 선택으로 임신과 출산과정을 거쳤다면 새끼도 모두 좋은 곳으로 입양시키는 것(직접 키우는 경우 포함)까지 책임져야한다. 하지만 현재 유기동물의 수를 생각해본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중성화수술을 통해 전체 개체수가 조절된다면 새로운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도 유기동물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으며 무분별한 입양과 유기의 반복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반려동물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데서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이 칼럼을 계기로 중성화수술의 장단점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신중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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