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유선종양’ 평소관리 중요
반려동물 ‘유선종양’ 평소관리 중요
  •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3.1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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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 또또 유선상태를 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오른쪽 귀에 생긴 염증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내원한 ‘또또’를 사전검진 병원 수련수의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또또의 유선(乳腺)을 필자에게 보여준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손가락으로 오른쪽과 왼쪽의 유선들을 조심스럽게 촉진해 보니 분명 동글동글하고 딱딱한 무언가가 양쪽 유선들 중 일부에서 만져졌다.
 
즉시 ‘또또’와 함께 병원에 내원한 할머니를 진료실로 오게 했는데 할머니는 또또의 귀 치료가 벌써 끝났느냐며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채 진료실로 들어왔다. 또또 또한 진료를 위해 헤어졌던 몇 분간의 시간이 마치 수일이나 된 것처럼 할머니를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고 짖어대며 반가운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반려견과 그 가족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있는 수의사라는 직업에 무한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오늘은 반려동물 수의사에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 중 하나를 또또 가족과 함께 해야만 한다.

나이든 암컷 개와 고양이에서는 평소 유선을 만져보아 유선종양 발생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할머니, 또또 귀는 며칠 치료하시면 아주 말끔히 완치될 겁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또또 유선에 뭔가가 만져지는데 지금까지 모르셨나요?” 몇 마디 되지 않는 필자의 말에 직전까지 밝은 표정이던 할머니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전혀 몰랐어요. 선생님 무슨 문제가 있나요?”
 
할머니를 포함해 또또 가족 모두가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지만 귀에 생긴 염증 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 또또의 양쪽 유선 여덟 개 중 무려 네 군데에서 종양으로 추측되는 병변이 발견됐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아주 경미한 질환으로 동물병원을 찾은 환자가 일순간 생명이 위험할지도 모를 악성종양, 즉 암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예비 중환자가 된 것이다.
 
너무 놀란 또또 할머니의 호출에 아드님이 병원에 급히 달려왔고 그날 오후 곧바로 유선종양에 대한 진료에 들어갔다. 우선 또또의 유선종양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방암인 악성 유선종양인지 아니면 단순 양성종양인지의 감별이 필요했다.
 
가느다란 주사침을 또또의 유선들에 삽입시킨 후 아주 미세한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조직검사실로 검사를 의뢰했다. 또 종양의 전이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슴 및 복부 방사선촬영과 함께 초음파 검사도 진행됐다. 수의사들은 자신의 추측이 들어맞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불량한 예후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을 진료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포조직 검사결과 또또는 악성유선종양으로 판정돼 며칠 후 종양이 발생된 유선 전부를 제거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또또는 주변 림프절과 폐, 간 등의 주요 장기로의 전이가 발견되지 않아 수술 후 낮은 단계의 항암치료가 가능했다.
 
종양이 발생한 유선들을 제거하는 큰 수술을 받은 지 일 년이 훨씬 지난 지금 또또는 할머니와 함께 예전처럼 매일 새벽녘에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산책도 같이하고 있고 종종 할머니 댁을 찾는 유치원생인 할머니 손녀와도 쫒고 쫒기는 놀이를 하며 평소와 다름없이 건강한 활을 하고 있다.

 
유선종양은 개와 고양이에서 발생이 가장 흔한 종양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오른쪽과 왼쪽 각각 하나의 유방을 가진 사람과는 달리 암컷 개와 고양이는 가슴 양쪽으로 적게는 6개에서 많게는 10개 이상의 유선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선종양은 중성화를 하지 않은 나이든 개와 고양이에서 주로 발생되기 때문에 번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중성화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나이가 든 암컷은 자주 양쪽 유선들을 촉진해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수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일 아침과 저녁 두 번씩 만져보는데 이상이 없는 것 같아요.” 정기검진 차 병원에 내원한 또또 할머니께서 다시 찾은 웃음 띤 얼굴로 나에게 말한다. 사실 그렇게 자주 만져 볼 필요는 없다고 알려드리고 싶지만 필자는 그저 행복을 다시 찾은 또또 가족을 보며 미소 지을 뿐이다.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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