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억지 웃음’ 건강에 도움될까
[웰빙의 역설]‘억지 웃음’ 건강에 도움될까
  • 이보람 기자
  • 승인 2013.04.23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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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빙의 역설]‘억지 웃음’ 건강에 도움될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다. 웃는 얼굴은 어떤 메시지보다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는 것이라 아무리 화가 났어도 참아진다는 것이다. 과거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유명한 코미디 프로그램도 있었으며 ‘하루 한번 웃으면 하루가 젊어진다’는 말도 유행처럼 돌았다.

웃음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중 ‘팬암미소’라는 것이 있다. 과거 보잉747로 유명했던 팬암항공사 승무원들의 직업적인 미소를 바로 팬암미소(Pan Am smile)라고 한다. 요즘에는 일반적으로 서비스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미소를 뜻한다.

어찌됐든 팬암항공사는 1990년대 초반 망했다. 이후 억지미소를 지었던 승무원들의 미소를 부정적인 의미에서 팬암미소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팬암항공사가 망한 이유가 이러한 억지미소 때문이었을까.

팬암미소와는 반대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미소를 ‘듀센미소’라고 한다. 기념일도 아닌데 애인으로부터 꽃과 함께 다이아몬드를 선물 받았을 때, 충분히 공부하지 못했는데도 100점 받은 경우, 로또 1등에 당첨된 경우 등 행복한 순간이 뜻하지 않게 찾아 왔을 때 자기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를 말한다. 듀센미소는 프랑스 심리학자인 듀센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억지로 만들 수 없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말한다.


당연히 듀센미소와 팬암미소의 심리적·신체적인 변화는 차이가 클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듀센미소를 지을 수 있는 상황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인상이나 쓰고 살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각박한 상황이 많을 것이다. 만일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산다면 그것이 팬암항공사의 경우처럼 우리 인생을 망치게 될까.

프리츠 스트랙의 정서유발실험이라는 것이 있다. 실험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만화를 읽게 한 후 A그룹은 볼펜을 이로 물고 보게 했고 B그룹은 볼펜을 입술로 물고 보게 했다. 흥미로운 것은 A그룹이 동일한 만화책을 훨씬 더 재미있다고 느낀 것이다. 이 두 그룹의 차이는 A그룹의 입 모양은 웃는 형태이고 B그룹의 경우는 토라진 입모양이었다. 입 모양에 따라 심리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팬암항공사가 망한 이유를 팬암미소에서 찾는 것은 무리이지 싶다.

필자는 환자들에게 “얼굴이 웃으면 장도 웃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 우리 얼굴에는 오장육부가 담겨 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관형찰색도(觀形察色圖)에서는 이마는 심(心)에 속하고 왼쪽 뺨은 간(肝), 콧마루는 비(脾), 오른쪽 뺨은 폐(肺), 아래턱은 신(腎)에 속한다고 했다. 따라서 얼굴의 모든 근육을 동원해 웃는다면 오장이 웃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반대로 찡그리거나 인상 쓰는 얼굴은 당연히 오장의 기운도 뭉치게 한다.

심신일여(心身一如)라는 말이 있듯이 마음과 몸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 과민성장증후군환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설사를 한다. 자율신경의 작용에 의해 마음이 대장의 연동운동을 과도하게 한 결과다. 걱정거리가 있으면 체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상은 사람의 운명도 변화시킬 수 있다. 항상 인상 쓰는 얼굴이라도 웃는 얼굴을 자주 한다면 자기도 모르게 인상이 바뀌면서 좋은 일들이 생길 것이다.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얼굴을 책임진다는 것은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미소가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 수도 있고 행복하게 할 수도 있으며 병들어 죽어가는 당신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단 ‘썩소’가 아닌 긍정적인 에너지를 듬뿍 담은 ‘웃소’를 많이 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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