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 ⑫갈수록 커지는 일본의 고령친화식품시장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 ⑫갈수록 커지는 일본의 고령친화식품시장
  • 이나영 객원기자 (senioryoung@k-health.com)
  • 승인 2017.05.29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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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객원기자

# 일본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 마사코(69세) 할머니는 저녁식사로 밥과 함께 1단계 닭고기와 우엉조림, 3단계 고등어무스를 먹었다. 후식은 남편이 좋아하는 4단계 시금치푸딩으로 마무리했다. 

할머니가 먹는 이 음식들은 일본의 ‘유니버셜 디자인푸드(Universal Design Food)’다. 유니버셜 디자인푸드는 일본개호식품협의회가 식품의 굳기와 점도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 제조한 식품이다. 제조업체들은 이 규격에 따라 제품을 제조, 판매한다. 제품패키지에는 인증마크와 함께 쉽게 씹을 수 있는 1단계부터 안 씹어도 되는 4단계까지 표기돼 있어 노인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고령친화식품을 ‘개호(介護)식품’이라고 지칭하고 다양한 제품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일케어식(Smile Care Foods)’으로 이름을 바꿨다.

일본은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편의점도 고령자중심으로 변했다. 건강이 안 좋아 쇼핑이 힘든 노인들을 위해 이동식편의점도 운영한다. 또 노인대상식품을 다양하게 판매하며 도시락배달서비스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령친화식품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점차 고령사회로 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친화식품 시장규모는 2011년 대비 약 55%나 증가했지만 아직까지 규모가 일본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처럼 고령친화식품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노인의 신체변화 때문이다. 노인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잘 안되거나 이가 아파 씹기 힘든 경우가 많다. 노인의 신체변화는 크게 몇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미뢰의 감소는 미각을 둔화시킨다.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혀에서 맛을 느끼는 미뢰는 성인의 경우 평균 245개지만 노인은 성인의 약 1/3 수준인 88개로 줄어든다. 이로 인해 미각이 둔해져 짜거나 달게 먹게 된다. 
둘째, 치아와 잇몸이 손상돼 씹기 힘들어진다. 이를 저작장애라고 하는데 영양섭취불균형을 가져온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구강건강현황’에 따르면 노인의 평균 치아보유개수는 성인의 절반수준인 16개에 불과하다. 끝으로 소화액이나 연동운동감소로 소화장애나 변비도 자주 생긴다. 

따라서 노인은 부드럽고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을 선호한다. 보건산업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들이 평소 즐겨먹는 식품은 ‘두부류 또는 묵류’와 ‘발효식품’이 가장 많았다. 또 가장 구매하고 싶은 고령친화식품은 ‘영양성분이 골고루 갖춰졌고’ ‘소화가 잘되며’ ‘씹기 편하고 넘기기 좋은 부드러운’ 식품 순이었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절반 가까이(49%)는 ‘영양관리 주의•개선’이 필요하다.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의 특성에 걸맞는 다양한 고령친화식품 개발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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