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의 ‘발치’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의 ‘발치’에 대한 오해와 진실
  • 헬스경향 최이돈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 승인 2017.05.31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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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이상의 개와 고양이 중 85%가 심각한 치주질환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필자처럼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의 치아를 진료하다 보면 이 ‘거짓말 같은 통계’가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진료를 위해 반려동물의 입을 열어보면 정말 경악스러운 경우가 너무 많다.

얼마 전에도 병원에 온 5살배기 푸들의 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체치아 42 개 중 절반인 21개를 빼야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치석제거와 잇몸치료를 하고 구강방사선검사와 치아 프루빙을 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자그마치 치아 21개를 빼야했다.

최이돈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사람을 치료하는 치과의사라면 상상도 못할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문제는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치아 상태를 간과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반려동물의 치아건강을 위해 세 가지 발치사례와 치아상식을 정리했다.

치주염이 진행된 개와 고양이가 치아를 뽑아야 하는 세 가지 경우는 다음과 같다.
 
①방사선검사에서 치아뿌리가 반 이상 노출된 경우

치조골(치아를 잡고 있는 뼈)이 치주염으로 녹아내려 치아뿌리가 반 이상 노출되면 잇몸 아래에 빈 공간이 생긴다. 그 자리에 음식찌꺼기가 들어가 구강세균이 번식하면 지속적인 치주염이 발생한다.

②이빨을 손가락으로 흔들었을 때 1mm 이상 흔들리는 경우

이 또한 치조골이 많이 소실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흔들리는 치아는 씹을 때 통증만 일으키고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한다. 반려동물의 통증완화를 위해 이는 반드시 치료해야한다.

③치아뿌리의 분지점(뿌리가 갈라지는 부분)이 겉으로 노출되는 경우

동물의 치아는 뿌리가 2개 이상인 치아(다근치)가 많다. 이러한 다근치에서 분지점이 잇몸 밖으로 노출됐다는 것은 치조골과 잇몸소실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이 또한 반려동물의 통증만 일으킬 뿐 치아는 어떤 기능도 못한다.

위의 세 가지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치아는 모두 통증을 유발하고 정상기능을 할 수 없다. 수십 개의 치아를 빼야한다는 동물병원의 진단에 보호자는 당황하며 망설이곤 한다. 대다수 보호자는 ‘수십 개의 치아를 발치하고도 밥을 먹을 수 있는지’ 묻곤 하는데 이는 동물의 치아를 잘 알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질문이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달리 이빨이 없어도 사료나 작은 사이즈의 간식을 먹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사람의 치아는 음식을 씹고 잘게 갈지만 개나 고양이의 이빨은 음식을 찢는 작용을 한다. 쉽게 말하면 가위의 두 날이 물체를 자르는 것처럼 동물의 이빨은 음식을 적당히 삼킬 수 있는 크기로 찢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보호자는 반려동물의 치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야한다. 또 반려동물이 발치해야하는 상황까지 악화됐다면 지체 없이 발치해야한다. 발치에 대한 보호자의 막연한 거부감은 반려동물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반려동물의 이빨을 수시로 보살펴주면서 치주염을 예방하는 것이다. 최소한 이틀에 한 번은 양치질을 해주고 통증표현에 둔감한 동물의 불편함을 위해 수시로 치아를 들여다보는 것이 보호자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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