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왕이 즐겼던 여름보양식 ‘민어(民魚)’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왕이 즐겼던 여름보양식 ‘민어(民魚)’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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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서 민어를 보양식으로 많이 찾는다. 예전에도 민어탕은 복달임음식 중 일품(一品)으로 여겼다. 하지만 과거에 민어는 백성들이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생선이 아니었다.

민어는 이름이 다양하다. 본초강목에서는 석수어(石首魚), 면어(鮸魚), 강어(江魚)라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회어(鮰魚), 민어(民魚)라고 했고 자산어보에는 면어(鮸魚)라고 하면서 민어(民魚)는 속명이라고 했다. 자산어보는 동의보감의 회어는 민어가 아닌 다른 생선이름이라며 오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민어를 석수어라고 하는 이유는 머리 부분에 이석이 있기 때문이다. 참조기, 부세, 보구치 등도 모두 민어과 생선으로 이석이 있다. 이를 어뇌석(魚腦石), 어수석(魚首石)이라고도 한다. 이뇨·소염작용이 있어 센 불에 구워 가루를 낸 후 요로결석, 비염, 중이염 등에 약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항간에 ‘民魚’라는 이름은 과거 백성들이 흔하게 먹은 생선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사실 민어라는 이름은 조기와 생선을 의미하는 면어(鮸魚)에서 출발한 것으로 면(鮸)자를 발음이 비슷하면서도 보다 쉬운 민(民)자로 고쳐 부른 것이다. ‘民魚’의 ‘民’자는 백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간자체인 셈이다.

민어는 일반백성인 어부가 잡았지만 주로 양반의 보양식으로 활용됐다. 조선의 장수한 왕들도 민어를 즐겨 먹었다고 하고 임금의 진상품으로도 올랐다고 하니 귀한 음식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숙종이 우암 송시열의 80세 생일에 장수를 축하하는 의미로 쌀, 돼지, 조기와 함께 민어 20마리를 하사했다는 기록도 있다.

민어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기운이 따뜻해 소화가 잘되고 기운이 나게 한다. 요즘은 주로 회나 탕으로 많이들 먹지만 과거에는 말려서 포로 많이 먹었다. 자산어보에는 ‘민어는 맛이 좋고 달아 익혀 먹거나 날것으로 먹어도 좋으며 말린 것은 더더욱 몸에 좋다’고 하면서 당시 어포로 많이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민어는 살, 껍질, 간, 등뼈, 아가미, 머리, 부레 등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그 중에서도 부레가 으뜸이다. ‘부레를 먹지 않으면 민어를 안 먹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물고기의 부레를 표(鰾)라고 하는데 동의보감에서 민어를 강표(江鰾), 어표(魚鰾)로 부른 것을 봐도 부레가 민어의 대표적인 부위임을 알 수 있다.

민어부레는 다른 생선에 비해 매우 크고 벽이 두꺼워 젤라틴이 풍부하다. 따라서 민어부레를 이용해 만든 어교(魚膠 ; 부레풀)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본초강목에는 ‘모든 생선의 부레로 어교를 만들 수 있지만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민어로 어교를 만든다’고 했다. 보통 소나 당나귀 등 동물가죽을 이용해 만든 아교(阿膠)를 약으로 사용했지만 민어부레로 만든 어교는 더욱 귀한 약재로 사용됐다.

민어부레를 말린 것을 민어포(民魚脯)나 어표(魚鰾)라고 하고 말린 민어부레에서 젤라틴을 추출해 민어교(民魚膠) 혹은 어교(魚膠)를 만들었다. 이것을 잘게 잘라 바짝 말린 후 활석과 함께 볶으면 어교주(魚膠珠)가 된다. 어교주를 약으로 사용할 때는 탕에 넣어 달이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탕에 녹여 먹는다.

민어부레는 지혈작용이 있어 치질이나 외상성 출혈, 코피, 자궁출혈 등에 효과가 있고 특히 음의 기운을 보하면서도 기운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어 위하수, 자궁하수(위나 자궁이 본래 위치를 벗어난 상태)에 도움이 된다. 여성의 피부탄력을 돕는 데도 좋다.

민어는 백성을 위한 생선이 아니라 귀족생선이었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그만이지만 요즘도 가격이 비싸 그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생선이 아니다. 민어는 민어(民魚)보다 왕어(王魚)에 가깝다. 올 여름 왕이 된 기분으로 민어를 즐겨보자.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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