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어릴 때 아이스케끼에선 왜 짠맛이 났을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어릴 때 아이스케끼에선 왜 짠맛이 났을까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7.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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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한여름이면 골목골목을 돌면서 ‘아이스케끼(아이스케이크)’를 외치면서 하드를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초등학생시절 용돈이라도 좀 생기면 조용히 사서 아껴 먹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항상 궁금했던 것이 ‘왜 이 아이스케끼는 짠맛이 날까’였다.

아이스케끼는 일본어로 얼음을 의미하는 '아이스'와 케이크를 의미하는 '케끼'의 합성어다. 아이스케이크인 셈이다. 이는 다시 언제부터인가 단단한 것은 하드로, 부드러운 것은 아이스크림으로 부르게 됐다. 이 글에서는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아이스케끼로 하겠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아이스케끼 통 한 가운데는 두꺼운 노란색 고무주머니가 있었다. 노란 고무주머니는 얼음을 넣어 두는 용도였다. 그런데 그냥 얼음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소금도 함께 들어 있다. 그렇다면 왜 얼음주머니에 소금을 넣었을까. 

여기에는 중요한 과학적 원리가 포함돼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얼음에 소금을 뿌리면 얼음이 빨리 녹는다. 얼음이 소금을 만나면 어는점이 내려가면서 녹기 시작하는 것이다. 얼음이 물로 변할 때 열이 필요한데 주변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얼음주머니 안의 얼음은 빨리 녹지만 아이스케끼 통 안의 온도는 0℃ 이하로 내려가 하드가 녹는 것을 막는다. 동네 구멍가게에 있는 큰 보온병처럼 생긴 아이스케끼통도 역시 원리는 같다.  

이 원리를 잘 이해하기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종민과 김준호가 냉동고 없이 얼음을 공수하는 과정에서 소금을 뿌리면 얼음이 천천히 녹는다는 시민의 잘못된 제보를 받고 소금을 함께 넣었다가 더 빨리 녹아 당황스러워한 적이 있다. 

아이스케끼에서 짠 맛이 나는 이유는 바로 얼음주머니에 들어간 소금 때문이었다. 그 당시 아이스케끼는 비닐봉지에 든 것이 아니라 그냥 막대가 하나 박힌 하드바였다. 당연히 소금기가 약간은 묻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소금을 넣는다는 사실과 함께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한참 후에 알았다. 그냥 짠 맛이 나는 맛있는 아이스케끼였을 뿐이다.

요즘은 아이스크림에 일부러 소금을 뿌려 먹기도 한다. 빨리 녹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금의 짠맛이 단맛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옛날 아이스케끼도 그래서 더 달고 맛있었을까. 따라서 아이스크림에 소금을 뿌려 먹고자 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먹어야한다. 소금이 뿌려진 아이스크림은 더 빨리 녹기 때문이다. 

만일 아이스크림을 녹지 않게 해 오랫동안 먹고 싶다면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는 용기를 보다 큰 용기에 넣고 주변을 얼음과 소금으로 채우면 된다. 그렇게 하면 얼음은 빨리 녹더라도 아이스크림의 열을 빼앗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은 보다 천천히 녹을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을 때도 유용하다. 대부분 수박화채 안에 얼음을 넣는데 얼음은 금방 녹고 시원함도 오래가지 않는다. 이때도 역시 화채용기보다 큰 용기에 화채그릇을 넣은 후 주변에 얼음과 소금을 채우면 끝까지 시원한 화채를 먹을 수 있다.

이제 짠 맛이 났던 아이스케끼는 맛 볼 수 없게 됐다. 방송을 보니 아이스케끼통은 부활한 것 같지만 얼음소금 대신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하는 것 같다. 과학의 발전은 우리의 입맛도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추억의 입맛은 고스란히 우리의 혀에 남아 있다. 어릴 적 짠 맛이 나는 아이스케끼의 추억이 그립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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