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살찌는 게 쉬울까, 살빼는 게 쉬울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살찌는 게 쉬울까, 살빼는 게 쉬울까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8.08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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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다이어트만 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제발 살이 좀 쪄 보는 것이 소원이에요”라는 사람들도 많다. 왜 어떤 사람들은 살이 쪄서 걱정이고 어떤 사람들은 말라서 고민일까.

살이 찌는 가장 간단한 이유는 소모한 칼로리보다 섭취한 칼로리가 많기 때문이다. 즉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었지만 에너지를 덜 사용하면 피하지방으로 쌓인다(축적형, 태음인형).

반면 몸이 마르는 사람 즉, 살이 잘 안찌는 사람은 위장기능문제로 칼로리 섭취에 문제가 있거나(위장허약형, 소음인형) 섭취한 칼로리는 충분하지만 이에 비해 소모한 칼로리가 더 많기 때문이다(소모형, 소양인형).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과식과 소식은 살이 찌고 빠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절대 살이 안 빠진다고 푸념하고 있다면 ‘배를 타고 가다 척박한 무인도에 혼자 표류해 있다 한 달 뒤에 발견됐다’고 상상해 보자. 살아 있다면 아주 날씬하고 마른 몸매로 구조될 것이다.

반대로 살이 잘 안찌는 사람들의 경우 먹는 것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일단 잘 먹어야 한다. 일본의 스모선수들은 살을 찌우기 위해 쇠고기, 닭고기, 생선, 온갖 채소와 버섯 등을 넣고 끓여서 자주 먹는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일명 ‘창코나베’라는 냄비요리의 유래다. 또자기 전에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죽을 먹고 바로 잔다고 한다. 살을 찌우는 데 과도한 칼로리 섭취는 기본이다.

사실 살을 빼거나 찌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의지만으로는 힘들 수 있다. 여기에는 유전자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항상 그 상태를 유지하려 하는데 이를 ‘항상성’이라 한다. 지방세포 분화 및 합성 관련 유전자의 on/off 스위치는 항상 켜져 있거나 항상 꺼져 있으려고 한다. 따라서 체중이 어느 정도 변하면 노력을 하는데도 더 이상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비만과 마른 체형을 단지 태생적 유전자나 체질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한 명은 비만하고 한 명은 마른체형인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또 하와이 원주민들은 원래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면서 살아왔지만 미국이 식민 지배를 시작하면서 대부분 비만해지고 성인병에 시달렸다. 모두 후천적인 환경변화가 원인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유전자 발현은 변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쉽게 비만해 질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 수개월 동안 철저한 식이요법을 시행했더니 비만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고 살을 빠지게 하는 유전자 발현이 활성화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러한 결과는 장내 세균총 변화에 기인하기도 한다.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지방세포 관련 유전자 on/off 스위치도 환경적인 영향으로 상호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평생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살을 빼는 것만큼 살을 찌우는 것도 어렵다. 기능성 위장장애나 흡수장애증후군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갑상선기능 항진증이나 당뇨병, 암과 관련된 경우에도 살이 빠진다.

이런 경우라면 당연히 해당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만일 특별한 질환이 없다면 칼로리의 섭취량을 늘리되 적당한 운동으로 과도한 칼로리 소모를 막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비만한 경우는 대사증후군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살은 빼기도 찌우기도 어렵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누구나 살을 뺄 수 있고 누구나 살을 찌울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뚱뚱이와 홀쭉이는 언제라도 뒤바뀔 수 있다. 원래부터 뚱뚱하고 원래부터 마른 사람은 없다. 모두 자기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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