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은 없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은 없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9.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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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진찰 중에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있다. 자신의 질환이나 처지가 고통스럽고 서럽거나 의사의 진심어린 말 한마디 또는 따뜻하게 잡아준 손에 고마워 울기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의사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환자들의 증상이 그 자리에서 개선되는 경우가 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눈물은 기본적으로 각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눈을 보습하면서 먼지를 씻어주기도 하고 빠진 속눈썹이 눈에 머무르지 않도록 제거해준다. 양파를 깔 때 눈물이 나는 것도 양파의 황화아릴 성분이 눈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이를 차단해 눈을 보호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눈물은 3층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바깥쪽은 유분이 있어 눈물이 증발하는 것을 막고 뺨으로 바로 흘러내리지 않게 한다. 중간부분은 대부분 수분과 함께 비타민, 미네랄 및 영양소가 포함돼 있어 각막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또 전해질과 항체 등이 포함돼 있어 삼투압을 조절하고 감염을 방지한다. 가장 안쪽의 점액층은 각막과 접촉해 있는 부분으로 눈에 잘 달라붙어 있게 한다. 이러한 눈물의 구성성분은 단지 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감정변화에 의해 기쁘거나 슬퍼서 흘리는 눈물의 구성성분은 다르다. 여기에는 프로락틴, 부신피질 자극호르몬, 엔케팔린(leu-enkephalin) 등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이 포함돼 있다. 만일 눈물 검사법이 있다면 혈액이나 소변검사와 마찬가지로 많은 건강정보를 알려주는 척도가 될 것이다.

프로락틴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잘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많이 나서 눈물이 난다면 넘쳐나는 프로락틴을 눈물을 통해 배출하는 것이다. 실제로 감정이 격해졌을 때 울고 나면 화와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느낌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체액이 오장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한다. 그중 눈물은 간과 관련이 있다. 간은 감정적으로 분노와 관련돼 있는데 화가 많이 나는 경우 눈물이 나는 것도 바로 간의 화를 내려주는 효과를 나타낸다. 그래서 간화(肝火)는 스트레스라는 단어로 통용되기도 한다.

심한 통증을 느낄 때도 눈물이 난다. 이때의 눈물에는 엔돌핀과 비슷한 효능이 있는 엔케팔린과 같은 천연진통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많아진다. 진정작용을 나타내는 부신피질 자극호르몬의 양도 높아진다. 이 경우 눈물을 통해 배출하려는 작용보다는 통증을 느끼면서 체내 농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눈물 농도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눈물에는 프로락틴 외에도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 등 성호르몬 수용체가 포함돼 있다. 나이가 들면 점점 눈이 건조해지고 뻑뻑해지는 이유도 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결과적으로 눈물이 잘 분비되지 않아서다.

안구건조증으로 눈물이 잘 분비되지 않아도 문제지만 눈물흘림증(유루증)으로 눈물이 너무 많이 흐르는 것도 문제다. 생리적으로 눈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는 눈물은 자신도 모르게 코로 연결된 관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이 관에 문제가 생기면 눈물이 넘쳐난다. 찬바람이나 건조한 날씨에도 분비량이 증가된다. 모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눈물들이다.

남자는 태어나서 3번 운다는 말이 있다. 너무 잔인한 규정이다. 사실 살면서 3번만 우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만일 그런 남자가 있다면 눈뿐 아니라 몸도 심하게 병들어 있음이 분명하다. 눈물은 참지 말고 흘려야 한다. 눈물이 많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다. 우리는 오늘도 눈물을 흘린다.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은 없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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