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영양 과잉시대가 부른 반려견 ‘췌장염’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영양 과잉시대가 부른 반려견 ‘췌장염’
  • 김석완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 승인 2017.10.1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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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흔히들 ‘영양 과잉시대’라고 말한다. 과거보다 음식 관련 TV프로그램도 많아졌다. 반려동물 역시 영양 과잉시대에 살고 있다. 필자가 처음 수의사로 근무할 당시만 해도 반려용품은 사료와 개껌 정도였다. 간식종류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무슨 개가 간식이야?’라는 시선이 존재했으니까 말이다.

김석완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영양 과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비만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예전보다 비만환자가 많이 늘었다. 이밖에 영양 과잉으로 유발될 수 있는 또 다른 질환이 있다. 바로 ‘췌장염’이다.

사람의 췌장염은 지나친 알코올 섭취나 외상, 담석에 의해 췌장관이 막히면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반려견의 췌장암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갑상선기능저하증, 당뇨, 쿠싱증후군 등 내분비질환이 있거나 특정 품종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된 바 있지만 주로 식습관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사람 음식을 많이 먹거나 육류, 유제품 등을 많이 먹는 반려견에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반려동물 보상품으로 음식만 한 것이 없다. 필자도 자꾸 사람 음식을 주려고 하는 아내와 말다툼을 할 때가 많다. 특히 삼겹살과 족발을 먹은 이후 췌장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딱 봐도 고지방식이다. 보호자들은 ‘조금 밖에 안 줬는데’라며 억울해하지만 삼겹살 한 점도 반려견에게는 사람이 먹는 스테이크 1인분과 비슷한 양이다. 그것을 몇 조각씩 먹는다고 생각하면 반려견의 소화능력을 초과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반려견 췌장염은 심한 통증을 일으키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구토와 설사지만 반려견을 키우면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다. 또 구토나 설사 없이 식욕부진만 나타날 수도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췌장염은 얼마나 빨리 진단하느냐에 따라 치료 성공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췌장염이 발생하면 췌장효소가 췌장 주변을 파괴해 복막염을 일으키며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흘러들어가 전신에 심한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췌장염 통증이 매우 심한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췌장염은 치료기간이 길고 복잡하며 투여해야 할 약물도 많다. 당연히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재발하는 경우도 많다. 잘못된 식습관이 고쳐지지 않아서 일 수 있지만 식습관을 개선했는데도 재발하는 사례를 보면 처음부터 췌장염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일전에 췌장염으로 사망한 반려견이 있었다. 보호자는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였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거나 몸이 불편한 보호자는 반려견과 산책하는 일이 버거울 것이다. 할머니 역시 거동이 불편해 산책은 거의 못한 대신 고기를 많이 줬다고 했다. 필자는 할머니에게 반려견의 체중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했지만 보호자는 “반려견이 애타게 쳐다보는데 어떻게 안 줄 수 있냐”며 필자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결국 이 반려견은 췌장염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노령인 데다 이미 비만상태였고 치료시기도 놓쳐 보호자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때 보호자는 필자가 이제껏 만났던 그 어떤 보호자보다도 슬프게 울었다. 본인을 매우 자책하면서 말이다.

이처럼 췌장염은 경우에 따라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평소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잘 들여야 반려견과 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필자도 아내와의 투쟁을 계속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식 같은 ‘모아(필자의 반려견)’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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