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㉛ 손주비즈니스의 큰 손, ‘할마’와 ‘할빠’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㉛ 손주비즈니스의 큰 손, ‘할마’와 ‘할빠’
  • 이나영 객원기자 (senioryoung@k-health.com)
  • 승인 2017.10.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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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객원기자

최근 맞벌이가구가 증가하면서 손주를 돌보는 시니어가 함께 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조부모와 친인척이 아이를 돌보는 비율은 어린이집이용 61.8%보다 높은 63.6%로 나타났다. 맞벌이 10쌍 중 6쌍은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다.

조부모가 손주를 돌봐주면 불규칙한 출퇴근이나 아이가 갑자기 아프더라도 걱정을 덜 수 있다. 따라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부모 대신 적극적으로 육아하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이를 최근에는 ‘할마’(할머니+엄마)나 ‘할빠’(할아버지+아빠)라고 부른다.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즐기고 싶은 시니어도 많아지고 있다. 또 시니어가 손주를 돌보며 느끼는 기쁨도 크지만 황혼육아가 주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5년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당 평균 양육시간은 42.53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넘는 수치다.

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5년 보고서를 보면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며 겪는 어려움으로 체력적으로 힘들고(59.4%) 교우관계나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41%) 점을 꼽았다. 손주를 그만 돌봐도 된다면 그만두겠다는 사람도 약 74%나 됐다. 일본에서는 손주를 돌보며 생기는 우울증 때문에 ‘손주블루’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육아를 맡고 있는 시니어가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가족 간 규칙을 정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육아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다 보니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인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조부모를 대상으로 황혼육아교육을 운영하고 손주돌보미사업의 일환으로 조부모 양육수당을 지급하기도 한다.

한편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손주의 육아뿐만 아니라 관련 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출산으로 '식스포켓(six pocket)', '에잇포켓(eight pocket)'이라는 말도 생겼다.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그리고 이모, 고모, 삼촌 모두 아이 한명을 위해 지갑을 연다는 의미다.

이미 일본에서는 경제력 있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손주 비즈니스’가 주목받고 있다. 2012년 일본의 대표적인 인기인형 ‘리카’의 가족으로 할머니인형이 출시됐다. 육아하는 할머니가 놀아줄 인형이 필요해진 것이다. 또 일본 쿄리츠종합연구소가 2012년 손주를 위한 지출조사를 보면 여행과 외식이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백화점이 구매력 있는 시니어를 겨냥해 ‘피딩(Feeding)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피딩족’은 경제적(Financial)으로 여유가 있고 육아를 즐기며(Enjoy) 활동적이고(Energetic) 헌식적인(Devoted) 할머니, 할아버지를 나타낸다. 이들은 손주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고령사회에서 황혼육아 중인 시니어의 체력부담과 육아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정책지원이 중요하다. 또 전문가들은 육아를 하는 시니어가 건강을 챙기기 위해 육아시간을 정하는 등 가족 간 나름의 규칙을 정해야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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