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중성화수술’할지 말지 그것이 문제로다!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중성화수술’할지 말지 그것이 문제로다!
  • 양승화 24시 일산 닥터독 동물병원 대표원장
  • 승인 2017.10.3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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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화수술,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에게 영원한 화두일 것이다. 반려동물의 생식능력을 제거하는 수술이니 윤리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차마 할 수 없고 건강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 전적으로 보호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양승화 24시 일산 닥터독 동물병원 대표원장

단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필자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니 이번 칼럼에서는 중성화수술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여러 측면에서 소개하려 한다.

우선 반려동물에게 중성화수술을 해주면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 꽤 많다.

수컷의 경우 남성호르몬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전립선질환을 예방하며 면역력이 높아져 모낭충이나 말라세지아라는 효모균 등의 공격에도 잘 대응할 수 있다. 고환종양도 예방할 수 있는데 특히 잠복고환인 경우 고환 종양 발생률이 상당히 높다. 잠복고환은 생후 3개월 후 배 안의 고환이 음낭에 자리잡는 과정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암컷의 경우 가장 흔히 발생하는 생식기 질병인 자궁축농증을 예방할 수 있다. 자궁축농증은 자궁에 세균이 침투하고 증식하면서 고름이 생기는 병이다. 이로 인해 패혈증, 복부팽만이 발생하며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필자는 24시간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자궁축농증으로 위급한 상태에 처한 반려동물을 자주 접하곤 한다. 그때마다 ‘미리 중성화수술을 했더라면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밖에 중성화수술은 유선종양, 자궁종양, 난소종양 등 각종 종양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유선종양은 암컷에게 발생하는 종양의 50%를 차지하는데 첫 생리 이전에 중성화수술을 해주면 예방효과가 무려 99%에 이른다. 세 번째 생리 전 수술을 해도 74%의 예방효과가 있다.

행동학적 측면에서도 중성화수술의 장점을 찾아볼 수 있다. 수컷의 경우 난폭한 행동은 물론 다른 강아지나 사람을 앞다리로 움켜잡고 허리를 격하게 흔드는 일명 ‘붕가붕가’(마운팅) 행위가 크게 준다. 당연히 보호자가 난처해지는 상황도 줄어든다. 소변으로 여러 군데 영역을 표시하는 ‘마킹’ 행위 역시 감소한다.

무엇보다 느닷없는 가출로 보호자와 이별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잔뜩 흥분한 발정기의 수컷은 짝짓기를 못 하면 과민반응을 보이는데 최악의 경우 주인 몰래 무작정 집을 떠난다. 가출 강아지와 고양이의 90% 이상이 중성화되지 않은 상태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중성화수술은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고려해볼 만 하다. 계획에 없던 반려동물의 임신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된 보호자들은 보통 새끼를 좋은 가정으로 입양시키지만 일부는 유기라는 무책임한 선택을 한다. 이미 유기·유실된 동물의 경우 중성화수술을 받은 상태라면 산속에서 번식하며 야생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편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8년 예산안’에 따르면 유기·유실된 동물을 입양한 보호자에게 중성화수술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수의사로서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중성화수술은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수컷은 너무 어렸을 때 중성화수술을 하면 비뇨기계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생후 4~5개월쯤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무엇보다 동물병원에 방문해 수의사와 상담하면 가장 효과적인 수술날짜를 잡을 수 있다. 암컷은 첫 생리 전인 생후 8~10개월이 적당하다. 고양이의 경우 수컷은 생후 4~6개월, 암컷은 생후 6~7월이 적기다.

끝으로 2013년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학술지 '플러스원(PLoS ONE)'에 실린 중성화수술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미국의 한 대학교 과학자들이 강아지 4만여 마리의 의학적 기록을 토대로 연구를 했는데 중성화수술을 한 강아지의 평균수명이 그렇지 않은 강아지보다 1.5년 더 길었다고 한다. 1.5년은 강아지 평균수명의 1/10에 달하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결과다. 중성화수술로 인한 질병 예방이 강아지에게 생명 연장의 기적을 선물해 준 셈이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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