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견 ‘쿠싱병’의 모든 것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견 ‘쿠싱병’의 모든 것
  • 김만준 울산 강일웅 동물병원 내과과장
  • 승인 2017.12.2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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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싱병은 부신이라는 내분비기관에서 특정 호르몬이 과잉생산되는 질환이다. 정확한 질환명은 ‘부신피질 기능 항진증‘. 콩팥 주변에 자리한 부신은 몸의 여러 기능을 조절하고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여러 가지 호르몬을 생산한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코르티솔’인데 너무 많이 분비되면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다. 이것이 바로 쿠싱병이다.

김만준 울산 강일웅 동물병원 내과과장

■쿠싱병의 원인은?

쿠싱병은 세 가지 형태가 있는데 각기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다. 물론 원인에 따라 치료법과 예후도 다르다. 따라서 쿠싱병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① 뇌하수체 종양

쿠싱병의 원인 중 85~90%를 차지하는 것은 뇌의 기저부에 있는 뇌하수체 종양이다. 양성과 악성 모두 문제를 일으킨다. 정상적인 뇌하수체는 부신에서 코르티솔을 생산하도록 자극하는 호르몬인 ACTH(Adrenocorticotropic Hormone)를 생산한다.

하지만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면 ACTH가 더 많이 생산돼 결국 코르티솔이 더 많이 분비된다. 뇌하수체 종양의 크기는 미세하거나 아주 큰 경우도 있다. 크고 양성인 뇌하수체 종양을 거대샘종이라고 하는데 지름이 보통 1cm가 넘는다. 이 경우 뇌에도 영향을 미쳐 신경계증상을 유발하며 예후도 나빠진다. 지름 1cm 미만의 종양인 미세샘종은 신경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다.

종양 크기에 따라 쿠싱병 외에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동물병원에서는 약물을 투여해 부신 활성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반려견을 치료한다.

② 부신 종양

쿠싱병은 부신의 양성 또는 악성종양의 결과로서 나타나기도 한다. 양성을 샘종, 악성을 암종이라 한다. 양성이라면 외과적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악성의 경우 외과적 절제술이 한동안 도움이 될 순 있어도 예후는 양성종양에 비해 훨씬 안 좋다.

③ 스테로이드의 장기복용

스테로이드의 장기 복용으로 인해 발생한 쿠싱병을 ‘의인성 쿠싱병’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판단돼 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했더라도 지나치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24시간 동물병원에서는 응급처치를 위해 종종 스테로이드를 단기간 사용하는데 이때도 반드시 경험 많은 수의사의 판단이 선행돼야한다.

■쿠싱병의 증상은?

쿠싱병의 증상은 원인과 상관없이 대체로 똑같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식욕이 늘거나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누는 것이다. 식욕증가는 식욕을 촉진하는 혈중 코티솔 농도 상승이 원인이다. 무기력증과 털 빠짐 증상도 흔하다. 배가 불러오는 증상도 많이 나타난다. 복강 내에 지방은 쌓이지만 근육량은 위축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헐떡임, 얇은 피부, 만성피부염(농피증), 검은 반점, 피부 석회화 병변, 피부 치유 지연, 지속적인 방광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쿠싱병 진단 시 필요한 검사는?

쿠싱병을 확진하는 데는 많은 검사가 필요하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2가지 검사는 ACTH 자극시험과 저용량 덱사메타손 억압시험(LDDS)이다. 질환의 타입을 결정하기 위해 내인성 ACTH 수준 측정, 고용량 덱사메타손 억압시험(HDDS), 소변의 코르티솔 대 크레아티닌 비율, ACTH 투입 후 17-하이드록시프로게스테론 반응 등 여러 검사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복부 초음파 검사도 쿠싱병을 진단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수의사가 초음파를 통해 부신의 크기를 평가할 수 있으며 종양 유무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쿠싱병의 치료법은?

쿠싱병의 타입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① 뇌하수체 종양

뇌하수체의 촉진으로 인해 일어나는 쿠싱병은 약물로 치료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물은 트릴로스탄과 마이토테인이다. 초기에는 2주 정도 간격으로 ACTH 자극시험을 시행하면서 약물용량을 조절한다. 추가로 혈액검사와 전해질 측정도 한다. 적절한 용량이 결정되면 검사 간격은 차츰 길어진다.

② 부신 종양

부신종양은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종양이 완전히 제거되면 반려견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종양 제거가 힘들다면 일부는 약물 복용에 의존해야 한다.

③ 스테로이드의 장기복용

이 경우 현재 투약하고 있는 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단 스테로이드 투약 중단은 수의사의 통제하에 진행해야 다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스테로이드로 치료되고 있던 질환들은 대개 재발한다. 스테로이드 중단 시 유념해야 할 점은 스테로이드의 영향으로 부신이 억압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신에서 정상적으로 호르몬을 생산하는 동안 이를 대체할 소량의 호르몬 처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견이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면?

담당 수의사가 반려견 상태에 맞는 치료계획을 세워줄 것이다. 쿠싱병에 걸린 반려견은 대부분 평생 치료가 필요하지만 부작용 없이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단 혈액검사를 통해 약물용량이 적절하게 들어가고 있는지 확인해야한다. 약물 용량이 너무 부족하거나 너무 과하면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싱병의 예후는?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한 쿠싱병은 완치는 불가능해도 종양의 크기가 작다면 약물치료로 수년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종양이 크면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부신 종양에 의한 쿠싱병도 악성이라면 예후가 상당히 나쁘지만 양성이라면 외과적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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