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이 1.5년 더 사는 방법, 아시나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이 1.5년 더 사는 방법, 아시나요?
  • 장봉환 분당 굿모닝펫동물병원&유치원 대표원장
  • 승인 2018.01.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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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화수술을 하려는데 아이한테 미안해서 못하겠어요.”

일주일 전 성남에서 온 반려견 보호자가 이렇게 하소연했다.

장봉환 분당 굿모닝펫동물병원&유치원 대표원장

중성화수술을 하게 될 때 반려동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자연스러운 생식능력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

하지만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은 현실적으로 본능적인 욕구를 다 충족할 수 없다. 반려동물이 야생동물처럼 1년에도 몇 번씩 짝짓기하고 매번 수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면 이를 보호자가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암컷 강아지의 임신을 피하고자 발정기마다 특정 장소에 가둬놓는 방법이 있지만 당연히 암컷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수컷은 1년 내내 발정기라 해도 무방하다. 심지어 수컷은 짝짓기 욕구를 이기지 못해 무작정 님(?)을 찾아 가출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에게 중성화수술은 임신계획이 없다면 불가피하다. 대신 야생동물은 절대 누릴 수 없는 건강상의 이점을 안겨준다. 전문가들이 누누이 중성화수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중성화수술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은 수컷의 전립선질병과 고환종양, 암컷의 자궁축농증과 유선종양 등이다.

질병을 예방하면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2013년 4월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학술지 ‘플러스원’이 발표한 흥미로운 보고가 이를 뒷받침한다. 중성화수술을 한 강아지는 그렇지 않은 강아지보다 1.5년을 더 산다는 것이다. 강아지의 1.5년은 사람으로 치면 8년 정도니 ‘무려’라는 부사가 꼭 추가돼야 하는 보고다. 연구대상은 1984년부터 2004년 사이에 생을 마감한 4만여 마리의 강아지다. 이들의 의학적 기록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이니 정설로 받아들여도 좋다.

보호자가 어렵게 중성화수술을 결심해도 그 다음에 따라오는 걱정이 있다. ‘중성화수술이 아이를 매우 힘들게 하지 않을까?’ 필자는 안 해도 되는 걱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마취를 해야 하긴 하지만 수술은 안전하고 정확하며 무엇보다도 빠르게 진행된다. 암컷의 경우 개복수술임에도 5~10분이면 충분하다. 절개부위는 1cm 정도며 흉터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

필자는 중성화수술을 거의 하루에 한 번 이상 한다. 과장하자면 중성화수술은 눈 감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따라서 보호자가 중성화수술로 동물병원을 찾아오면 중성화수술의 이점과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인다. 그동안 자궁축농증처럼 중성화수술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에 걸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야 했던 반려동물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길고양이 중성화수술을 추진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길고양이도 엄연히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심지어 각종 예방접종에 나서려는 지자체도 있다. 머지않아 길고양이도 반려동물처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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