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구충제는 꼭 먹어야 할까
[배현 약사의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구충제는 꼭 먹어야 할까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 승인 2018.06.1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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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많이 복용하는 약이 있으니 바로 구충제다. 구충제는 꼭 먹어야 할까? 밝은미소약국에도 때가 되면 구충제를 먹어야하냐고 묻는 환자가 많아진다. 필자는 일 년에 한 번 복용하지 않았다면 먹는 게 좋다고 말한다. 가격이 비싸지 않고 복용방법도 간단하며 이점은 많기 때문이다.

만약 항문부위가 가려워 구충제를 복용한다면 말리는 편이다. 요충 때문에 항문이 가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요즘엔 항문소양증이 더 많아 병원진료를 보라고 권하고 있다.

민물회, 어패류, 육회를 많이 먹는다는 사람이 구충제를 찾으러 온 경우도 말리곤 한다. 약국에서 구입하는 구충제로는 구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항문부위가 가렵다거나 밥을 많이 먹어도 살이 오르지 않는다거나 일 년에 무조건 두 번은 구충제를 먹어야 한다는 등의 말은 기생충에 대한 오해에서 나온 것이 많다. 약국 구충제로 구제되는 기생충과 정확한 복용법을 알아보자.

일단 구충제로 잡을 수 있는 기생충은 다음과 같다.

1. 요충

작은 길쭉한 벌레처럼 생긴 선충. 성충이 항문에 낳은 알을 손으로 만져 다른 물건 등에 묻히거나 입에 넣어 전파된다.

입으로 들어간 알은 맹장에 기생했다가 성충이 된 암컷이 밤에 항문으로 기어나와 항문 부근의 피부에 알을 낳는데 이때 가려움증이 생긴다. 밤이 되면 자꾸 항문에 손을 대고 긁는 행동을 보인다면 요충감염을 의심해야한다. 하지만 낮에 나타나는 증상은 요충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항문을 긁는 행위를 통해 상처가 생기거나 2차 감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아이들의 경우 가려움으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밤에 잠을 못자며 성장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2. 회충

지렁이처럼 생긴 대형선충. 기생하고 있는 암컷은 하루에 20~30만개의 알을 낳는다. 수정란은 대변을 볼 때 밖으로 배출돼 감염이 가능한 성숙란이 된다. 이 성숙란이 붙어 있는 야채나 과일 등을 사람이 먹어 감염이 일어난다.

성숙란은 소장에서 부화해 유충이 된다. 유충은 장벽을 뚫고 들어가 혈관과 림프관을 통해 간, 폐, 기관지 등으로 이동한다. 또 기관과 인두로 거슬러 올라가 인두에서 식도, 위, 소장에 이르러 성충이 된다.

회충이 일으키는 증상은 유충이동과정과 성충기생과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유충은 혈액과 림프를 타고 이동하는데 폐 알레르기성 염증, 두통, 권태감, 현기증 등 신경성증상을 유발한다. 성충의 경우 소장에 기생하면 복통, 설사, 이식증(異食症, 별난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 증상) 등을 유발한다. 또 담과 충수에 기생하면 급성복통, 복막천공이 일어나면서 장폐색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과거에 비료를 인분으로 사용할 때 감염자가 많았지만 현재 발병자는 현저히 줄었다.

3. 편충

작고 얇으며 가늘고 긴 채찍 모양으로 맹장에 기생하는 기생충. 분변에 섞여 나와 흙 속에서 성장한 자충포자란이 야채, 먼지 등과 사람의 입을 통에 들어간다. 보통 감염 후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편충수가 많아지면 대장염 등을 일으킨다. 주로 후진국형 기생충 감염증으로 우리나라에도 과거에는 환자가 많았으나 현재는 거의 박멸된 것으로 보인다.

4. 십이지장충

사람 소장 윗부분인 십이지장에 기생하는 구충. 점막에 달라 붙어 피를 빨며 빈혈을 일으킨다. 주로 사람의 입을 통해 감염되지만 피부를 뚫고 감염되기도 한다. 입을 통해 들어온 유충은 소장 점막으로 침입해 일정한 발육을 거친 후 소장으로 나와 성충이 된다. 또 일부 유충은 혈관을 타고 폐로 들어가 기관, 인두를 거쳐 소장에 이르기도 한다.

십이지장충 유충이 폐에서 기관을 거쳐 인두에 이를 때 메스꺼움,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과 인후가려움증,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침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며 가장 심각한 증상은 철결핍성 빈혈이다.

기생충에 감염됐을 때 치료법은 구충제를 복용하면 된다. 젠텔정, 젠텔현탁액(유한양행, 알벤다졸400mg)과 젤콤정, 젤콤현탁액(종근당, 플루벤다졸500mg)이 가장 대표적인 구충제다.

구충제를 복용하고 나서 대변에서 기생충을 확인할 거라고 기대는 말자. 과거 기생충약은 기생충을 마비시킨 다음 대변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즉 기절시켜서 배출되기 때문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알벤다졸, 플루벤다졸 구충제는 인체에는 작용하지 않고 기생충의 글루코오스섭취만을 차단해 굶어 죽게 만든다. 즉 사멸되기 때문에 변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알벤다졸과 플루벤다졸은 비슷한 것 같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복용 방법과 주의 사항을 각각 살펴보자.

1. 가장 대표적인 구충제 젠텔정, 젠텔현탁액(유한양행, 알벤다졸400mg)

알벤다졸은 위장관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지만 일부 흡수된다. 알벤다졸이 직접 살충효과를 보인다는 의견도 있지만 활성대사체인 알벤다졸 설폭사이드가 살충효과를 보인다는 의견도 있어 가급적 식후에 씹어 먹거나 소량의 물로 복용한다.

알벤다졸은 2세 이상 1회 400mg 동일한 양으로 복용한다. 회중, 요충, 십이지장충, 편충, 아메리카구충 400mg 1회 복용하며 분선충 1일 1회 400mg 3일간 복용한다. 편충의 중증혼합 감염시 1일 1회 400mg 3일간 복용하고 치료 3주후 검사 후 치료되지 않았다면 다시 복용한다.

알벤다졸은 간혹 스티븐스-존스증후군(피부점막안증후군), 다형홍반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때는 즉시 투여를 중지한다. 구역, 구토, 속쓰림 등 위장증상이나 두통, 어지러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간혹 가려움, 발진,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증상이나 탈모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2. 1세부터 복용 가능한 구충제 젤콤정, 젤콤현탁액(종근당, 플루벤다졸500mg)

플루벤다졸은 장관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위장관기생충을 박멸하는데 집중한다. 회충, 요중, 편충, 십이지장충 및 혼합감염증에 사용하며 1세 이상부터 1일 1회 500mg 동일한 양으로 복용한다.

거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주의 사항도 크게 없다. 기생충이 대량으로 죽어 배출될 때 나타날 수 있는 복통 설사 정도가 드물게 보고 되고 있고, 간혹 두드러기나 발진 같은 과민반응이 보고 되고 있다. 알벤다졸이나 플루벤다졸 모두 태아독성이 있기 때문에 임부에게는 투여하지 않는다. 수유부 역시 투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일반의약품 구충제는 조충류감염이나 흡충류감염에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조충류 감염은 열두조충증, 고충증, 무구조충증, 갈고리촌충증 등이 있다. 주로 민물에 사는 해산물이나 개구리, 뱀, 덜 익힌 돼지고기 등을 먹어 감염된다. 흡충류 감염은 간, 폐 디스토마와 같이 민물고기나 가재, 다슬기 등을 날 것으로 먹어 발생한다.

즉 해산물이나 육류를 많이 먹는 사람의 기생충 감염 치료는 약국에서 일반약으로 구입하는 구충제(알벤다졸, 플루벤다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우리나라의 환경적 기생충 감염은 거의 줄었기 때문에 구충제를 꼭 복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서 일년에 한 번 정도는 구충제 복용을 하자. 만약 위생시설이 취약한 곳을 여행했다면 감염 예방 차원으로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다.

알벤다졸은 400mg 1회 복용, 플루벤다졸은 500mg 1회 복용이다. 만약 요충이나 편충의 감염이 의심된다면 알벤다졸은 1일 1회 3일간 400mg 복용한다. 3주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다면 다시 복용하면 된다. 민물회, 육류, 가재, 소라, 개구리, 뱀 등을 먹거나, 물놀이 등으로 하천, 고인물을 마셔 기생충 감염이 의심된다면 병원에 방문해 기생충약을 처방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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