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눈 밑 피부병, 치과질환 때문이라고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눈 밑 피부병, 치과질환 때문이라고요?
  • 최규환 태일동물병원 대표원장
  • 승인 2018.08.0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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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환 수의치과전문 태일동물병원 대표원장

“우리 강아지의 눈 밑 피부병이 낫지 않네요.”

오늘은 피부병으로 오인하게 하는 ‘치근단농양’에 관해 다뤄보겠다.

반려동물의 눈 밑에 피부질환이 생겨 동물병원에 갔는데 수의사는 구강질환(치근단농양)일 수 있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피부병 같은데 왜 치과질환이라고 의심할까? 치근단농양이란 과연 무엇일까?

왼쪽 눈 밑으로 염증성 피부질환이 퍼져 보인다.

치근단은 치아뿌리 끝을 말한다. 아래 사진처럼 우측 위턱 제4전구치의 뿌리는 안구와 가깝기 때문에 치아뿌리 끝에 문제가 생기면 눈 밑과 주변 피부에 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치아뿌리 끝이 안구와 가까워 치아뿌리 끝에 문제가 생기면 눈 밑과 주변 피부에 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치아뿌리질환은 치근단농양, 치첨농양, 치근주위농양, 열육치농양, 치주농루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린다.

 

치아뿌리 주위로 염증성병변이 진행되면 치주염, 육아조형성 및 농양 등으로 이어져 문제를 일으킨다. 이때 눈 밑 피부질환뿐 아니라 안구 뒤 농양이나 안면부종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왼쪽 아래] 치과 방사선촬영 결과 제4전구치 근심협측 뿌리 말단에 치조골 소실이 보인다.

[오른쪽 아래] 치아파절로 인한 이차적인 신경관감염으로 인해 치아뿌리 아래 염증성병변이 왼쪽 안구 밑 피부질환으로 이어졌음을 추정할 수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치아파절, 치근골절, 치근주위 치주염 등으로 치근단주위에 염증이 발생해 눈 밑 피부로 염증이 생기거나 도관이 만들어져 겉으로도 보이게 된 것이다.

[왼쪽 아래] 우측 위턱 제4전구치에 치석과 치은염, 치주염이 있다.

[오른쪽 아래] 치과 방사선촬영 결과 치주염으로 인해 전체적인 치조골소실(파란색화살표)이 일어났으며 치수괴사로 인해 치아신경관(빨간색 화살표)이 넓어졌다. 정상 치아의 좁아져 있는 신경관과 비교된다.

피부질환이 생겨 방문했지만 근본원인은 치아뿌리 밑에 존재한다. 피부로 병변이 나타날 정도면 이미 치근단 주위는 염증성병변이 많이 진행된 상태일 것이다. 치수 내 감염 때문에 치수염이 진행되고 치수괴사가 나타나면 치근단 주위나 치수공간에 세균이 지속적으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치근단농양을 앓는 동물은 통증을 느껴 증상을 보이지만 만성으로 진행되면 이내 통증에 둔감해진다. 

통증에 둔감해진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다행이지만 사실 나쁜 소식이다. 만성염증은 자극원(세균과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과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지속적으로 싸워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안타깝지만 자극원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는 얘기기도 하다.

신경관이 괴사한 치아는 이미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감염원에 집을 내준 상태기 때문에 세균은 이 공간에서 마음껏 증식할 수 있다. 또 면역세포나 항생제는 일반적으로 괴사한 치수까지 침투되지 않는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치근단 주위 염증을 제거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감염원까지 제거해야한다. 감염이 신경관을 통해 발생했다면 신경관 안쪽에 집락된 세균까지 제거해야한다.

구강질환과 관련된 증상은 겉으로 보이는 피부병이나 반복적인 안질환, 얼굴부종 등으로 다양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구강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치근단농양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을 모두 찾거나 예방할 수는 없다. 단 강아지와 고양이의 구강상태를 확인하고 매일 양치질을 해주면서 치아상태를 점검하면 적어도 몇 가지 문제를 조기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 

혹시 반려동물의 치아를 부러진 상태로 놔두고 있지 않은지, 치석이 많거나 구취가 나지는 않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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