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수의사의 최대 난제 ‘반려동물의 통증진단’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수의사의 최대 난제 ‘반려동물의 통증진단’
  • 김동인 부산 다솜 동물병원 원장
  • 승인 2018.08.1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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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 부산 다솜동물메디컬센터&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원장

“어딘지 모르겠지만 강아지가 아파해요”

이는 동물병원 진료 일선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며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사람이야 “여기가 찢어질 듯 아파요” “쥐어짜듯이 아파요” “찝찝하게 아파요” 등의 말로 아픈 정도와 위치까지 표현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강아지들은 안타깝게도 그러질 못한다.

통증이란 '신체의 특정 부위에서 느껴지는 불쾌감의 지각'으로 정의할 수 있다. 반려동물은 통증을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수의사들은 경험이 쌓일수록 반려동물의 행동을 통해 추론하게 된다. 행동을 통한 추론도 매우 중요한 진단과정이지만 수의학수준이 올라갈수록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따라서 동물병원은 점점 정확한 진단을 위한 진단장비를 업그레이드한다.

어딘가 아파한다는 강아지가 내원하면 보호자와의 문진을 통해 근육통, 복통, 뼈나 관절의 통증, 척추의 통증, 입이나 안면통증, 통증부위 확인불가 등으로 범위를 좁힐 수 있다. 

만일 환자를 들어 올릴 때 소리 지른다면 척추 혹은 복부의 통증을 의심할 수 있다. 환자가 계단을 오르내리기를 꺼린다면 척추나 관절, 근골격계의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환자가 처음 일어날 때는 아파하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데 조금씩 걸으면서 증상이 완화된다면 퇴행성관절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통증을 보인다면 가볍게는 방사선, 더 나아가 CT촬영이 필요하다. 신경계문제라면 MR촬영까지 고려해야 한다. 방사선 검사결과 정상이고 관절부위의 통증과 유출액이 있다면 세포학적검사를 통해 면역, 퇴행성, 감염성 관절질환을 감별할 수 있다. 

입을 열 때 통증을 보인다면 구강, 안면골절, 탈구, 이물, 농양, 염증 등을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성장 중인 어린 대형견종도 입을 열 때 통증을 느끼는 질환이 발생 할 수 있다. 

만졌을 때 아파하는 수준의 복부 통증원인으로는 ▲창상(다친 상처) ▲단단한 이물섭취 ▲복부 내 염증(췌장염, 복막염 등) ▲장 꼬임 ▲결석 ▲담석 ▲신장종양 등이 있다. 이러한 경우는 방사선, 초음파, 혈액 검사를 통해 확인되는 경우가 많지만 종양이 의심될 땐 CT 촬영까지 필요하다. 

척수공동증은 척수내강이 뇌척수액으로 채워지면서 확장돼 척수신경을 자극하며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 경우 머리, 목 부위를 주로 긁거나 몸을 살짝 건드려도 소리를 지를 수 있다. MRI촬영이 제한적이었던 과거에는 진단되지도 않았던 병이다. 뇌수막염이나 뇌종양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일반혈액검사나 방사선, 초음파검사로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CT나 MRI촬영까지 필요한 상황이다.

통증부위를 특정 위치로 확인할 수 없지만 확실히 통증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혈액, 혈액화학, 오줌 검사 및 방사선·초음파 등 영상검사를 해야 한다. 

확실한 복통이 있으나 방사선·초음파 검사로 확진되지 않는 경우 혈액, 혈액화학, 오줌검사 및 췌장염 키트검사 등을 실시해야 한다. 각 검사가 제공하는 정보는 다르기 때문에 수의사는 하나의 검사결과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통증과 질병을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에는 모두 검사, 검사, 검사로 귀결되고 말았다. 변명 같지만 초반에 언급한 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반려동물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 고가의 진단 장비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청진기와 현미경, 경험으로만 진단해야 했던 과거와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말 못 하는 반려동물의 통증’에 관한 진단은 수의사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따라서 보호자는 다양한 진단 검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꼭 이해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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