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하품과 한숨은 심신(心身)의 리셋버튼이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하품과 한숨은 심신(心身)의 리셋버튼이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8.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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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사람들은 졸릴 때 하품을 하고 가슴이 답답하면 한숨을 쉰다. 하품과 한숨은 산소요구량을 높이고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높이는 호흡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일상적인 호흡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경우에 이같은 특별한 호흡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품은 피곤하거나 졸릴 때 나온다. 이는 ‘뇌’를 각성시키기 위한 행위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펴면서 하품을 하는 것도 잠을 깨기 위해서다.

밤늦게까지 TV를 보던 중 하품이 나면 보통 “아~ 졸려, 이제 자야겠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뇌의 입장에서는 잠을 깨려는 노력이다. 업무 중이거나 공부할 때, 운전 중에 하품하는 것도 졸린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에 한숨은 ‘폐’를 확장해 답답함을 풀고자 하는 행위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공기를 들여 마시면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자신감·안도감이 든다. 하품은 들여 마신 공기가 폐에서 뇌로 전달돼야 해결되지만 한숨은 폐에서 바로 해결된다는 차이가 있다.

또 한숨은 ‘휴~’하고 공기를 내뱉은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실제로는 공기를 들여 마시는 들숨 자체에 목적이 있다. 많은 양의 공기를 들여 마셨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뱉는 날숨도 많아지는 것이다.

하품할 때는 입을 크게 벌린다. 이유는 턱관절 근육을 스트레칭하면서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다. 이때 경동맥이 자극이 되면서 카테콜아민과 같은 각성호르몬도 분비된다. 기공수련을 할 때 ‘사자후(獅子吼)’처럼 입을 위 아래로 크게 벌리면서 눈을 위로 치켜뜨는 동작이 있는데 이것도 머리를 맑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흠(欠), 즉 하품은 잠들게 하는 음기와 잠을 깨우려는 양기가 서로 위 아래에서 당기기 때문에 입을 벌려서 하품을 한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흠(欠)자의 갑골문해설을 보면 사람이 앉아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모양이라고 나온다.

이런 것을 보면 하품은 단순히 산소를 마시는 행위보다 입을 벌리는 행위가 더 중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다른 환경에 배치한 그룹을 비교분석한 결과, 그룹간 피시험자들의 하품빈도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품이 그렇게 단순한 증상은 아닌 것 같다.

반면에 한숨은 입을 크게 벌리지 않는다. 입을 살짝 벌리거나 입을 다물고 코만으로도 쉴 수가 있다. 한숨은 입을 벌리는 것 보다는 공기를 들여 마셔서 폐의 용적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숨은 심리적인 증상이다. 간혹 지루할 때 하품하기도 하지만 감정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 하품 보다는 주로 한숨을 쉰다. 한숨은 우울감, 좌절감, 실망감, 심한 스트레스 상황 등 주로 부정적인 감정이 있을 때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도 ‘태식(太息), 즉 한숨은 근심과 생각이 많으면 마음이 급해지고 기도가 조여지면서 불편해지는데 이때 한숨을 쉬어서 펼쳐 내보내고자 하는 것이다’고 했다.

하품은 전염성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이완 관련된 연구결과는 분분하다. 많은 연구에서는 하품을 사교적인 의사소통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웃음이나 팔짱끼기처럼 결속력이 강한 그룹에서 더 쉽게 전염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신체를 이용한 언어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하품이나 한숨은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나타나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불편함을 되돌리려는 ‘자연치유’행위다. 너무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면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하품은 뇌를 식히는 행위라고 한다면 한숨은 마음을 식히는 행위다. 또 하품과 한숨은 우리 몸과 마음의 리셋 버튼이다. 한번쯤 눌러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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