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는 왜 높은 곳에서 자주 떨어질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는 왜 높은 곳에서 자주 떨어질까?
  •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ㅣ정리·양미정 기자 (certain0314@k-health.com)
  • 승인 2019.03.04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큰 추위는 가고 어느덧 따듯한 봄날이 코앞이다. 미세먼지라는 복병이 있긴 하지만 창 밖에서 들어오는 따뜻한 봄기운은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든다. 하지만 봄의 시작은 우리 고양이에게만큼은 주의를 필요로 한다. 바로 ‘고층건물 증후군’ 때문.

고층건물 증후군은 흔히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자주 떨어지는 모습을 관찰할 때, 추락 후 고양이의 특정한 신체부위가 손상될 때를 지칭한다. 자주 손상되는 부위는 뒷다리, 안면부, 그리고 흉곽이다. 주로 뒷다리 골절, 관절 손상, 인대 파열과 턱뼈 골절, 치아 손상, 그리고 기흉(필자 주. 흉강 안에 공기가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

고양이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 하지만 높은 곳을 좋아한다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을 즐기지는 않으며 위험한 높이에서 결코 의도적으로 뛰어내리진 않는다. 그런데 왜 개와 비교했을 때 고양이는 자주 떨어질까? 

이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높은 곳에서 잠이 들고 나서 실수로 떨어지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야생환경의 높은 나무 위에서 잠이 든 고양이가 균형을 잃었다면 추락 전에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무줄기를 잡아 추락을 면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난간이나 테라스의 경우라면 취침 중 실수는 바로 추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고양이는 주변의 모든 것에 매우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날아다니는 곤충, 새 등에 엄청나게 집중하다 보면 특히 고층아파트에서 균형을 잃고 실수로 떨어질 수 있다.

고양이는 뛰어난 수평 감각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지면에서 네 개의 다리가 다 떨어지고 난 후 10분의 1초도 되지 않아 반사적으로 머리와 목을 가다듬어 착지할 곳을 확인한다. 이후 반사적으로 사지를 뻗어 착지를 준비하고 허리를 아치형으로 굽혀 충격을 완화한다. 

이러한 반사를 ‘몸바로잡기반사’(righting reflex)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도 이런 자세 교정까지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오히려 고층보다 2-3층과 같이 낮은 층에서 떨어진 고양이에서 착지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더 큰 외상이 관찰될 수 있다. 또 일부 고양이는 착지 전 단계에서 사지를 낙하산처럼 펼쳐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는 묘기를 부리기도 한다.

저층이건 고층이건 추락한 고양이는 지체하지 말고 바로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동물병원에선 응급상황에 준해 고양이를 평가하고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진행할 것이다. 초기 평가 및 조치가 적절한 경우 90% 정도의 고양이가 생존했다는 보고들이 많다. 

단 추락 후 발견했지만 누가 봐도 사망한 경우,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통계에 포함되지 않아 이렇게 높은 생존율이 나왔다는 해석도 있다.

고양이 고층건물 증후군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자명하다. 즉 고층건물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선 ▲창문에 모기장과 같은 가리개를 꼭 두어야 하며 ▲빈틈이 없는 지 잘 확인해야 한다. 또 ▲고층아파트에 경우라면 아예 위험을 있을 수 있는 곳에는 출입을 금하고 ▲실내에만 머무르도록 하자. ▲예방이 최선의 치료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