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봄철 식곤증, 심각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봄철 식곤증, 심각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4.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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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봄에는 특히 점심식사 후 나른하거나 졸린 경우가 많다. 이것을 보통 식곤증이나 춘곤증이라고 한다.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 생리적인 증상이지만 자칫 심각한 질환의 중요한 신호일 수 있어 무작정 식곤증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식사 후에는 혈액이 위장관으로 몰려 뇌로 유입되는 혈액량이 줄어든다. 때문에 산소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지는데 식곤증은 바로 이때 나타나는 나른함과 졸린 증상을 말한다. 반면 춘곤증은 식사와 무관하게 따뜻해지는 날씨에 적응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나른함이다. 식곤증이 특히 봄에 심해지는 이유는 춘곤증과 겹치기 때문이다.

춘곤증은 몸이 나른하면서 가벼운 열감이 나는 듯해서 영어로 ‘spring fever’라고 부른다. 그런데 간밤에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낮 동안 계속 졸리다면 원인질환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을 낮에 존다고 해서 ‘과도한 주간졸림’이라고 한다.

국제수면학회에서는 과도한 주간졸림에 대해 ‘깨어 있으려 하나 각성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거나 과도하게 많이 자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병적인 졸림은 피로감과 구별해야한다. 과도한 졸림은 잠을 깨려고 해도 잠이 드는 반면 피로감은 기운이 없고 누워 있으려 하지만 잠은 잘 들지 않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낮 동안 졸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수면부족이다. 또 너무 이른 시간에 하루일과를 시작하거나 3교대 근무, 잦은 해외여행 등으로 생체리듬에 문제가 발생해도 수면장애가 생긴다. 심한 코골이로 인해 수면무호흡증후군이나 비염, 부비동염의 코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수면장애가 생긴다.

낮 동안 과도한 수면은 뇌질환과도 관련돼 있다. 특히 치매가 있으면 밤사이 수면 양이나 질과는 무관하게 낮잠이 많아진다. 또 고령자의 경우 넘어지거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뇌진탕 같은 두부외상의 경험이 있거나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낮 동안에 졸음이 올 수 있다. 또 뇌종양의 경우에도 두통 등 다양한 신체적인 증상과 함께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졸림이 나타난다.

심한 동맥경화증이 있어도 졸리다. 특히 뇌로 이어지는 경동맥이 지나치게 좁아지면 뇌로 공급되는 산소 양이 줄어 간헐적으로 어지럼증이나 졸림이 나타난다. 만일 경동맥의 동맥경화로 인해 졸음이 나타났다면 이미 혈관의 70% 이상이 막혔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중풍 발병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심각한 우울증이나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매사에 의욕이 없고 낮에도 잠만 자려고 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저혈당과 같은 호르몬대사질환에서도 무력감과 함께 졸음이 많아질 수 있다.

발작적으로 잠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바로 기면병(嗜眠病)이다. 기면병은 발작적 수면장애로 갑자기 잠에 빠져서 깨지 못하고 설령 잠이 깼다가도 1~2시간 지나면 또 갑자기 잠에 빠진다. 기면병은 유전성이 있고 어느 연령층에서도 발병할 수 있으나 청소년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약물에 의한 졸음도 있다. 이 경우는 자칫 낮 동안 안전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한다. 흔히 복용하는 항히스타민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바로 졸림이다. 종류에 따라 졸림의 부작용이 적거나 없는 것도 있기 때문에 잘 선택해서 복용하면 된다. 수면제의 경우도 수면유도 시간이 긴 것들은 아침에도 멍하고 낮 동안에도 여전히 졸림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는 수면제의 복용량을 줄이거나 변경할 필요가 있다.

따뜻한 봄날 나타나는 일시적인 졸림은 생리적인 현상으로 크게 걱정할 것 없다. 하지만 낮 동안의 졸림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특정 질환에 의한 하나의 증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졸림은 누구나 겪는 증상이라 무시하기 쉽지만 졸림을 무작정 방치하면 평생 누워 지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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