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심장사상충 예방, 고양이도 예외가 아니다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심장사상충 예방, 고양이도 예외가 아니다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5.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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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우리 고양이는 외출을 전혀 하지 않는데 심장사상충을 예방해야 할까요?”

“우리 집은 고층 아파트라 모기가 없는데 심장사상충 예방을 해야 하나요?”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독하다던데 매달 발라줘도 되나요?”

“동물약국에서 아무 예방약이나 사서 발라주면 되나요?”

필자가 일 년 내내 받는 질문이다. 특히 모기가 점점 눈에 띄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 대답은 다음과 같다.

“네! 고양이에게도 매달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목 뒤에 발라주어야 해요.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철저한 안전성 시험을 거쳐 허가를 받은 전문약품이라 제대로 사용한다면 매우 안전합니다.”

그러나 “우리 고양이에게 한 번도 심장사상충 예방을 해본 적이 없어요.” 혹은 “몇 년 전에 심장사상충 예방을 한 후 한 번도 예방약을 안 발라줬는데 지금 투약해 주세요.”라는 얘기를 들을 땐 필자는 바로 그 고양이에게 심장사상충 예방을 시작할 수가 없다. 그 이유를 오늘 설명해보고자 한다.

많은 보호자가 알다시피 심장사상충은 다른 기생충과 달리 독특하게도 심장에 자리를 잡고 산다. 그래서 명명된 이름도 무시무시하게 심장사상충이다. 모기가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동물의 피를 빨면서 감염되며, 감염된 모기가 고양이를 물고 흡혈하면서 고양이가 심장사상충의 자충에 감염된다.

고양이의 몸은 자충이 성장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많은 수의 자충이 완전한 성충으로 자라기 어렵다. 1~9 마리 정도의 성충만 심장에 살 수 있다. 그러나 고양이 몸의 특성상 나타나는 합병증은 개보다 매우 위험하다.

감염된 자충이 자라면서 폐동맥 말단으로 이동하는데 대략 70~90일 정도 걸린다. 이때 많은 수의 자충이 자멸한다. 자충의 사체는 혈류를 타고 고양이의 폐 실질에 존재하는 대식세포에 의해 폭발적인 염증반응과 만성적이고 영구적인 기관지 손상을 일으킨다. 또한 기침, 호흡곤란 등의 심장사상충성 호흡기질병(HARD : Heartworm associated respiratory disease)을 유발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환자는 빈맥, 기절, 식욕저하, 무기력증, 체중감소, 설사, 구토와 같은 전신에 걸친 이상 신호를 보인다. 혈관의 부종과 출혈 때문에 생성된 혈전으로 급사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고양이에게는 심장에 도달해서 성충이 된 심장사상충을 치료할 안전한 치료제와 프로토콜이 없다. 이 때문에 성충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많은 위험과 고비를 넘기며 계속 심장에 지닌 채 생활해야 하는데, 성충이 체내에서 4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

개의 심장사상충 감염이 존재하는 국가에서 고양이의 심장사상충 감염 비율은 동일하며(성충 발견율과 HARD 관련 증상이 나타나는 자충감염까지 포함 시), 실내/실외 생활에 따른 위험도는 차이가 없다. 고양이의 경우 성충으로 자라지 못 하고 도중에 사망하는 자충이 많지만 그 과정에서 개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많이 일어난다. 그러니 한 달에 한 번 목 뒤에 발라주면 되는 안전한 예방제를 사용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자 의무다. 이들은 까다로운 검증과 허가를 받고 나온 검증된 전문약품이라 생각보다 안정성이 매우 높다. 간혹 예방제에 들어있는 용매의 성분에 피부 자극을 느끼는 고양이들이 있는데 이는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꿔 사용하면 대부분 사라진다. 한편 인터넷 등에서 판매되는 천연성분, 허브성분으로 구성 된 대체품들을 순하다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심장사상충 자충을 효과적으로 예방해주는 과학적 근거들이 부족하니 효과가 검증된 전문약품을 사용해야 한다.

한 번도 심장사상충을 예방하지 않았거나 몇 달간의 휴약 후 예방약을 바로 투약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약은 자충을 예방하기 위한 약이다. 따라서 만약 많은 수의 자충에 감염되어 있다면 갑자기 사멸하며 생기는 염증반응과 혈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반드시 심장사상충 감염 여부를 검사한 후에 투약하는 것이 올바른 예방법이다. 동물병원에 내원하면 수의사와 상담 후 간단한 키트 검사로 현재의 감염 여부나 정도를 미리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고양이에게 한 달에 한 번 목 뒤에 발라주는 심장사상충 예방제 사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자 의무다. ‘설마’라는 생각에 아직 예방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오늘이라도 시작하도록 하자. 고양이 심장사상충 감영을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은 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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