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달콤한 자일리톨, 개에겐 치명적인 독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달콤한 자일리톨, 개에겐 치명적인 독
  • 김동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6.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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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

“휘바~휘바~ 핀란드인들은 자기 전에 이 껌을 씹습니다.“

누구나 알만한 이 광고카피. 충치예방에 도움을 준다며 국민 껌으로 자리 잡은 자일리톨껌 광고에 쓰였다. 자일리톨은 껌, 제과, 의약품, 구강위생제 등에 사용되는 천연감미료다. 설탕처럼 달고 당도도 설탕과 비슷하다.

자일리톨은 탄소 6개로 만들어진 6탄당인 포도당과 달리 탄소 5개로 만들어진 특유의 5탄당 구조다. 그런데 충치균인 뮤탄스균이 6탄당은 쉽게 분해하지만 5탄당인 자일리톨은 분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일리톨을 먹어도 충치의 원인인 산(酸)이 발생하지 않으며,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한 충치균은 치아 표면에서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

자일리톨은 자작나무, 떡갈나무, 옥수수, 벚나무, 채소, 과일 등 식물에 주로 들었다. 2차 세계대전 중 자작나무가 주 산림을 이루는 핀란드에서 자작나무 추출물을 주원료로 설탕대체물질을 개발했기 때문에 자일리톨은 핀란드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이렇게 좋은 효과를 주고 부작용도 극히 드문 자일리톨이 개에게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개의 자일리톨 중독은 2002년부터 수의 분야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저혈당과 구토, 설사 심한 경우 경련 및 급성 간질환, 응고부전 등으로 나타난다.

저혈당은 섭취 후 30~60분 이내에 발생한다고 보고되어 있다. 그러나 자일리톨의 유형, 개체차, 간부전 상태 등에 따라 섭취 후 12~48시간까지 지연될 수도 있다. 개는 사람과 달리 자일리톨이 빠르게 인슐린을 많이 분비시키므로 저혈당이 일어난다. 1960~1970년대 연구에서 사람, 쥐, 레서스 원숭이, 말 등은 자일리톨 투여 후 인슐린 수치의 증가는 포도당 투여 후와 큰 차이가 없지만 개, 토끼, 소, 염소 등은 현저하게 인슐린 수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고양이에 관해선 유용한 자료가 없다.

급성 간질환은 섭취 후 9~72시간 이내에 발생한다. 간 손상의 기전에 2가지 가설이 있다. 첫 번째 가설은 자일리톨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물질이 몸의 에너지원인 ATP를 소진해 에너지 공급부족을 일으켜 세포괴사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자일리톨 대사의 결과로 활성산소가 늘어나 세포막 손상과 세포괴사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섭취한 자일리톨의 용량을 기준으로 임상증상과 예후를 평가하는 논문이 많다. 제조사의 자일리톨 용량이 라벨에 기재됐다면 그것을 기준으로 하면 되고, 용량이 기재돼 있지 않다면 껌 한 조각 당 자일리톨 성분을 0.3g 함유한 것으로 봐도 된다.

개가 자일리톨을 kg당 0.1g만 섭취해도 저혈당이 일어날 수 있다. kg당 0.5g~20g 섭취하면 간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간독성 용량을 섭취하고 72시간 내 증상(황달, 응고부전, 설사, 구토)이 나타날 땐 예후가 좋지 않다고 한다.

자일리톨은 장내에 빠르게 흡수돼 30분 정도면 혈액 내에서 최대수치에 오르기 때문에 섭취 후 30~60분 이상 경과 후 구토를 유발해도 효과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저혈당증의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에 한해서 구토유발을 실시할 수 있다. 따라서 자일리톨을 kg당 0.1g 이상 섭취했다면 저혈당에 대한 감시와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간독성 용량을 섭취하고 간부전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는 역시 입원치료한다. 예후는 관찰요망에서 예후불량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반려견이 있는 집이라면 자일리톨껌을 절대로 아무 데나 놔두지 말아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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