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집사라면 필독! 대표적인 고양이 구강질환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집사라면 필독! 대표적인 고양이 구강질환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6.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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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고양이의 치아 상태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속담이다. 고양이의 치아 상태는 구강 엑스레이를 찍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고양이의 입안을 매일 살펴보는 필자도 눈으로 보기에 치아 상태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구강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잇몸 속 뿌리가 녹아 있어서 발치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양이에게 자주 생기는 구강질환은 크게 구내염과 치아질환으로 나눈다. 구내염은 주로 입 안의 점막부분에 생기는 염증, 발적, 궤양 등을 말한다. 치아질환은 치은염, 치주염, 치첨농양, 치아흡수성병변 등이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질환은 매우 밀접하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참고로 고양이는 개보다 낮은 수준의 플라크나 치석에도 심한 염증반응을 보인다.

가장 흔한 치아질환은 치아흡수성병변(FORL : Feline Odontoclastic Resorption Lesion)이다. 병명처럼 치아의 어느 부분이 녹아서 흡수되고 사라지는 질병이다. 주로 치아의 목 부분이나 뿌리가 녹는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초기에는 환자가 겉으로 보기에 정말 멀쩡하고, 잇몸이 조금 붉어졌나 싶은 정도일 뿐 밥도 잘 먹고, 딱히 아파하지도 않는다.

치아흡수성병변은 아파도 티를 잘 내지 않는 고양이의 특성상 많이 악화해 환자가 식사량이 줄고 체중이 감소하거나 뭔가 모르게 활력이 떨어진 듯 보여 동물병원에 내원했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잦다. 다른 경우는 건강 검진을 하다가 구강 검사 중에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다. 상태가 많이 진행하면 육안으로도 치아의 윗부분과 잇몸의 경계 부위에서 치아의 에나멜 층이 녹아 벗겨지고 붉은색 반점처럼 생긴 병변이 관찰되기도 한다.

상당수 보호자는 필자가 고양이의 심각한 치아상태를 설명하면 고양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속상해한다. 그런데 보통 발병이 송곳니 뒤의 작은 어금니와 어금니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고양이가 입안을 잘 안 보여준다면 보호자도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현재까지 치아흡수성병변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치료방법은 발치뿐이다. 사람처럼 매번 마취를 하고 신경치료를 하는 것, 크라운이나 임플란트 시술하는 것,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 모두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흔한 구강질환으로 구내염이 있다. 구내염은 개인적으로 너무 안타깝고 슬픈 질환이라 생각한다. 고양이가 구내염에 걸리면 입안 곳곳에 염증과 궤양이 생기고 심하면 인후두 부위까지 염증이 파급돼 먹고 마시는 기본적인 생활마저 많이 힘들기 때문이다. 중증으로 심해지면 침도 삼키기 어려운 상태가 돼 고약한 냄새가 나는 침을 계속 흘리고 아주 기본적인 그루밍조차 하지 못해서 외관상 비참한 몰골이 된다. 깨끗함과 고상함의 상징인 고양이가 그루밍을 못하다니… 고양이 스스로도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고양이 구내염의 원인 또한 명확하지 않으나 면역체계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수준의 플라크에 과잉된 염증 반응이 일어나거나 면역 저하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양이에게 구내염이 잘 생긴다는 보고들이 있다. 현재까지 가장 효율적인 구내염의 치료법도 발치다. 안타까운 점은 전체 치아를 뽑더라도 중증 구내염 환자 중 30% 정도는 구내염이 재발하고 평생 관리를 받으며 지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면역요법, 레이저치료, 줄기세포 치료 등 여러 치료법을 발치와 병행해서 고양이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양이의 심각한 구강질환은 공교롭게도 발치가 주요 치료방법이다. 보호자는 당연히 우리 고양이가 발치를 한 이후에도 식사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된다. 다행히도 대부분 고양이는 직접 사냥을 해서 먹이를 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가 없어도 잘 적응하고 오히려 통증에서 해방돼 식사도 더 잘 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고양이가 건사료 외의 다른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발치 전에 미리 다른 음식도 먹을 수 있도록 조금씩 적응시켜놓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고양이의 구강질환을 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정기적으로 양치질해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치약과 칫솔을 들고 양치질을 시도한다면 고양이는 당연히 거부감을 심하게 느끼고 도망갈 것이다. 양치질은 인내심을 가지고 단계를 밟아가며 고양이가 익숙해지도록 훈련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고양이 양치질 방법을 검색하면 많은 참고영상을 볼 수 있으니 나와 우리 고양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천천히 습관을 만들어 가면 된다. 두 번째로는 고양이 잇몸이 붉어지거나, 치석이 침착되거나, 입 냄새가 난다면 빨리 동물병원을 방문해서 치과진료를 받는 것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치과 진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비용도 적게 들고 치아를 더 잘 지킬 수 있다.

치아건강은 치아뿐 아니라 전신건강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치아는 절대 방치하면 안 된다. 건강하던 노령묘의 관리에서 가장 많이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치아문제다. 치아가 좋지 못하면 절대 건강하게 장수할 수 없고 삶의 질도 큰 차이가 난다. 고양이는 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치아질환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고, 고양이 치아 상태는 죽었다 깨어나도 엑스레이를 찍어보기 전에는 장담할 수 없음을 명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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