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노령묘의 미묘한 행동변화는 질환을 앓는다는 증거!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노령묘의 미묘한 행동변화는 질환을 앓는다는 증거!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7.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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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고양이는 아픈 것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게다가 6~7세부터는 급격하게 활동성이 떨어지고 원래 많던 잠이 더 늘어난다. “우리 고양이는 매일 잠만 자요.”, “하루에 23시간이나 자는 것 같아요.”, “홈 CCTV를 설치했는데 정지화면만 나와 비디오가 고장 난 줄 알았어요.” 등등. 정말 많은 보호자가 이런 말을 하며 종일 잠만 자는 것처럼 보이는 노령묘의 건강을 걱정한다.

그러다 보니 노령묘가 아파도 증상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아주 미묘한 행동변화만을 보이고 보호자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원래 많이 자는 고양이지만 평소보다 유독 더 잠을 많이 잔다거나, 움직임이 줄어든다거나, 덜 먹거나, 더 숨어있거나 하는 모습들. 이를 외국에서는 ADR(Ain’t Doing Right)이라고 표현한다. 우리에게는 '뭔가 평소와 다르다.', ‘어디가 아픈가.’ 하는 막연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동물은 이유 없는 행동은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고양이의 행동이 평소와 다르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사람이 못 알아차릴 뿐….

노령묘에게 미묘한 행동변화를 유발하는 원인 Top 5는 다음과 같다.

1. 구강질환

고양이의 구강질환(치은염, 치아흡수성 병변, 구내염 등)은 심각하게 급성증상을 유발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증상이 조금씩 심해지며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급·만성 통증, 식욕 감소, 체중 감소를 유발한다. 구강내 염증 물질과 세균이 전신 순환 혈류를 타고 다른 주요장기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건강하던 노령묘뿐만 아니라 만성 지병을 앓고 있지만 관리가 잘 되고 있던 고양이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 구강질환이다.

노령이거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최소 6개월에 한 번, 건강한 고양이라도 1년에 한 번은 치과 검진을 받게 하고 문제가 있다면 빨리 치료를 해주도록 하자. 고양이 치과 치료는 수면마취를 하고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취에 대한 부담으로 치과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점과 마취의 위험성을 평가해서 치료를 꼭 받아야 하는 상황이거나 치료 시의 장점이 훨씬 크다면 치과 치료를 안 할 이유가 없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마취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취 전 검사를 꼼꼼히 하고 좋은 마취 장비를 사용하면 노령묘도 안전한 마취가 가능하다.

2. 만성신부전

고양이에서 가장 흔한 만성질환이다. 10세 이상 노령묘의 1/3 이상이 신장질환을 앓는다. 신부전 초기에는 고양이가 보통 증상이 없거나 약간의 식욕 부진, 체중 감소, 약간의 다음다뇨 같은 가벼운 증상만 보인다. 보호자는 이러한 미묘한 징후를 간과하기 쉬운데, 이런 증상들이 다 ARD이므로 동물병원에 내원해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만성 신부전은 한번 생기면 완치가 되는 질환이 아니라서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요독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완화해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치료 목표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할수록 관리하기 용이하다.

3. 퇴행성 관절질환

노령묘나 다리가 짧은 체형의 고양이가 활동성 감소, 그루밍 감소, 식욕 감소, 체중 감소, 공격성, 과민함, 배변이나 배뇨실수를 보인다면 퇴행성 관절질환을 체크해야 한다. 노령묘의 과반수 이상은 방사선 검사에서 어깨관절이나 고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관찰된다. 통증을 관리하고자 물리치료, 한방치료, 레이저치료를 하거나 약물과 영양제 처방이 필요할 수도 있다.

4. 내분비질환

고양이에게 제일 흔한 내분비 질환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당뇨병이다. 질병이 심각해지면 체중 감소, 다음다뇨, 다식 등의 증상이 뚜렷하다. 내분비질환도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미미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5. 악성종양

임파종(Lymphoma), 유선종양, 구강이나 피부의 편평세포종, 비만세포종 등 고양이에게 많이 발생하는 악성 종양도 활동성 저하, 식욕 저하, 배변배뇨 패턴의 변화 같은 미묘한 행동변화를 유발한다. 사람처럼 고양이의 종양도 조기 발견이 개선된 치료를 적용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고양이의 행동이 평소와 다르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노령묘의 많은 문제가 만성적이고 진행형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는 삶의 질을 보존하기 위해 정말 중요하다. 구강 질환, 퇴행성 관절염, 종양 등은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통증을 관리해주는 전략도 필요하다. 먹고, 마시고, 싸고, 자고, 그루밍하고, 노는 아주 기본적인 모습에 미미한 변화가 생긴다면 꼭 우리 반려묘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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